'우리 모두가 주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이형우(재천 보은중학교 동문회장)

1991-01-19     보은신문
겨울도 깊어 한가운데에 와있다. 한해를 정신없이 보내고 우리는 또다른 해를 맞이했다. 인생(人生)에 있어서 그 무엇을 추구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앞만보며 내달려오지는 않았나 한번쯤 생각해보며 이 새로운 한해를 시작해 보자. 개인의 발전(發展)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세상은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에 서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에서 혼탁하지 않은 곳이 없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만큼 온갖 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며, 정치판은 '선량(選良)'들의 싸움판이 된지 오래다. 세상은 톱니바퀴가 빠져도 몇 개씩이나 빠져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5천불시대라지만 호화스러운 외제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나 하나쯤 하는 생각으로 버려대는 각종 쓰레기·공장폐수등으로 인해 산과 들과 하천이 신음하고 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왠 잔소리냐'고 한다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전에 주위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비약이라 하겠지만 '내 돈 내 마음대로 쓴다'는 것도 자유이전에 일종의 방종이다. 대표적인 이기심(李己心)의 발로이다. '하고싶은 대로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이러한 방종적 자유와 권리만 난무하고 책임이 실종된 시회는 그 앞날에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 얼마후면 지자제시대(地自制時代)가 온다. 지방의원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숱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 많은 인물들에게 묻고싶다. '진정 내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은가'라고, 개인의 영달이나 지금 벌여놓고 있는 사업을 위해 '지역민을 위해'라는 미사여구를 쓰고 있지는 않은가. '자로문정(子路問政), 자왈(子曰)… 선지로지(先之勞之)'자로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정치는 먼저 수고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주민(住民)들을 위해 고생할 사람들만 지방의회에서 일해야한다.

나 한사람만의 편리함, 부귀영화만을 쫓다간 이 사회는 제갈길을 가지 못한다. 이기심(李己心)을 버리고 '우리모두가 주인'이라는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 시회란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다. 권리가 주어지면 책임 또한 그만큼 주어진다. 온갖 비리와 부정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意味)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자. 무작정 앞만 보지말고 때로는 뒤도 한번 돌아보며 살아보자, 또다른 삶의 지혜가 주어 질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