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울진군, 그 고통은 지금도
<기획> 아! 잊을수 없는 뼈아픈 재난현장 그 명암
글 싣는 순서
1.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군 … 그 고통은 지금도
2. 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3. 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4. 뚫린 하늘, 처참한 물폭탄 … 제천시 폭우피해
5. 어찌 잊으랴 그날의 악몽 … 1980년 보은수해
21세기를 출발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세계 곳곳은 현재도 외침, 내부 분열 등으로 인한 전쟁, 질병, 풍·수해, 화재, 가난 등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민들은 오갈 곳 없이 눈물과 고통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으며, 지진, 화재, 수해, 태풍피해 등으로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로 자연이 훼손되고 재산을 불태운 재난사태가 발생했고 이전에도 2008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2020년 발생한 섬진강 수해, 같은 해에 발생한 충북 제천 수해 등 전국 곳곳의 재난현장을 찾아 뼈아픈 고통을 이겨내고 발전해 가는 모습을 취재·보도함으로서 재난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작은 실수로 빚어진 잊을 수 없는 화마(火魔)
금년 3월 4일부터 3월 13일까지 무려 10일간, TV를 보면 속보로, 또는 뉴스로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사태가 연이어 보도됐다.
이 산불로 울진군의 울진읍, 북면, 죽변면, 긍강송면 일대의 산림이 불타고 가정주택 및 각종 시설이 전소되는 등 무려 1318억 48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산불로 불에 탄 임야는 무려 14,140㏊(4242만평)며 330채의 주택과 203개의 농업시설, 57개소의 공공시설이 불에 타버렸다.
지난겨울 전국 곳곳은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았고 가뭄이 이어졌다. 2021년 12월부터 금년 2월 말까지 울진군 일대에 내린 비는 13mm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하천과 저수지 등의 물은 메말라 있었고 산과 계곡은 마찰만 있어도 불이 붙을 정도로 건조하기만 했다.
이는 1973년 이후 무려 43년 만에 기록된 강우량이며,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더해 결국 지난 3월 4일 울진군 송이산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말았다.
산림청에서는 울진 산불의 원인을 길가에 버린 담뱃불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하며 자연발화일 기능성도 언급했다. 산불이 쉽게 진화되지 않고 퍼져나가자 정부는 3월 6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전국 곳곳의 진화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에 몰입했다.
정부가 산불 발생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2000년 동해안 산불(4월), 2005년 양양 산불(4월), 2019년도 강원 동해안 산불(4월)에 이어 역대 4번째로 기록됐다.
산불 진화에 하나 되어 분골쇄신한 민·관
경북 울진군에서 산불이 발생할 당시의 기상조건은 너무나도 악조건이었다.
긴 시간 비나 눈이 내리지 않은 것은 물론 건조주의보와 건조경보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고, 산불이 발생하던 3월 4일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되어 정부가 재난지역을 선포하던 3월 6일까지 이어져 불은 활활 타오르며 이곳저곳으로 번져갔다.
불이 번져가자 정부는 산불 발화 사실이 알려진지 불과 6~7시간만에 산불이 발생한 울진군과 삼척시의 산불 진화를 위해 이곳을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하고 지휘권자를 경북도지사에서 산림청장으로 이관하고 비상대응체계 가동에 본격 돌입했다.
현장대책본부는 영화상 드론영상, 시간대별 확산예측, 진화전략도 작성, 진화구역을 편성하고 현장 맞춤형 진화전략으로 진화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산불진화를 위해 10일간 동원한 진화인력은 40,528명에 이르렀으며, 화재 진압장비가 3,551대에, 무려 683대의 헬기도 투입했다.
하루 4,050여명, 355대의 진압장비, 68대의 헬기가 투입된 것이다.
진화작업은 전쟁과 같았다. 거센 바람은 수시로 풍향이 바꾸었고, 산은 절벽과 경사가 급격해 진화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산불진화에는 지역주민들도 발벗고 나섰다.
울진군의용소방대, 울진군새마을회, 적십자울진지구협의회, 울진군자율방범대 등 100여개 단체에서 연인원 5,000여명이 함께해 산불진화를 적극지원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울진지구협의회(회장 조규도)에서는 70여명의 적십자봉사회원이 매일같이 나와 하루 세끼, 한끼 3,000여명의 화재진화대원들의 식사를 제공했다.
조규도 회장은 “모두가 바쁜데도 불구하고 발벗고 나와 산불진화를 위해 노력해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이들의 헌신으로 산불도 진화했고, 덕분에 적십자울진지구협의회가 국무총리상도 수상했다”고 회원들을 자랑했다.
산불은 꺼졌으나 주민들의 고통 막막
사상 최악의 산불을 기록한 울진, 삼척 산불, 산불은 꺼졌지만 한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잃은 주민들의 고통은 막막하기만하다.
지난 울진 산불은 울진군의 3개면 34개 마을을 휩쓸고지나갔다.
이 화마로 울진군 북면이 18개 마을 129채의 주택이 전소되거나 못쓰게 됐고, 죽벽면이 5개 마을 29채, 울진읍이 11개 마을 26채의 주택이 불에 타 버렸다.
또, 산과 인접한 곳에 있던 축사, 비닐하우스, 인삼밭, 버섯재배사, 벌통 등의 피해로 생계가 막막한 이들도 비일비재하다.
울진군에서는 이재민 주거지원을 통해 190세대가 요구한 198동의 주택을 최대한 받아들여 총 181세대 188동의 조립식 주택을 지어 보급했으나 집은 협소하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울진읍 호월리 한용수(72)씨는 “북면에 살았었는데 산불이 휩쓸고 들어와 모든 것을 버리고 차만 끌고 나왔다”며 “살던 곳이 남의 집이라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었고 이곳도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의 공장부지여서 내년이면 나가야 한다”고 울먹였다. 한씨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밤마다 나가 고물을 수거하고 있으나 하루 벌이는 2~3만원에 불과하다.
28세대에 53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울진군 북면 신화2리(이장 전호동)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갔다.
이 산불로 전체 세대수의 78.6%에 해당하는 22가구가 전소되어 37명의 화재민이 발생했다.
이장 전호동(53)씨도 그 화재민 중 하나다.
전 이장은 “화재로 인해 집안에 있던 모든 기록이 송두리째 타버렸다.”며 “삶의 흔적이 사라진 것 보다 가슴 아픈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장은 맡은지 올해로 2년째 접어들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이장을 볼 때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마을분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 하루빨리 상처가 아물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러한 울진 산불 피해민의 고통을 덜어주기위한 산불이재민 돕기 성금과 물품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대전중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 구미농협 여성대학 총동창회, 구미시 보훈단체협의회,
김해시의회, 상주시청공무원, 구미시설공단, 불교여성개발원, 대구시 범어동, 국제로타리 3610지구, 한국생활개선회봉화군연합회, 안동시보훈단체협의회, 대전정림종합사회복지관등 전국 곳곳에서 각종 물품, 현금 등이 답지했다.
이는 울진군이 산불 피해가 발생한 해당 읍.면을 통해 화재민에게 전달되어 이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달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난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대한적십자봉사회였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울진지구협의회는 물론, 영천, 울릉, 안동, 청도, 고령, 성주, 칠곡, 군위, 상주, 김천, 경주 등 경북 전체의 적십자봉사회에서 달려와 급식봉사, 피해복구작업 등을 펼쳤고 경남, 충남, 충북, 대전 등 전국 곳곳의 적십자봉사회가 이곳을 찾아 화재민들의 아픔을 달랬다.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은 주택319채, 농축산 시설139개, 공장과 창고154개, 사찰등 종교시설 31개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되는 피해를 가져왔으며, 울진1만8천463㏊, 삼척2천460㏊등 총2만923㏊의 산림피해를 불러와 지금도 그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나기홍 ·김인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