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르포>
가동 멈춘 공장에서 제품 납품
같은 회사명의로 3억5천만원 계약
가동을 멈춘지 오래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업체처럼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직접생산을 하지 않는데도 마치 직접생산한 것처럼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옥천향수신문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온 건 지난 1일 오후 1시. “가동도 하지 않는 공장에서 제품을 납품한다는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해당 업체는 똑같은 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을 하고 두 곳에서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결국 그 회사는 우리보다 2배의 낙찰효과를 보고 있다. 엄연한 불공정 게임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가동 멈춘 회사명의로 입찰 참가
기계 대부분 녹슬고 잡초만 무성
종합하면, 한 사람이 가족의 이름으로 2개의 회사를 만들어 조달청에 등록을 해 놓고 2배의 낙찰효과를 보고 있으니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취재해 더 이상 불공정 게임이 진행되지 않도록 자세히 보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해당 사업주는 자신이 대표로 되어 있는 회사는 아예 공장 가동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들이 대표로 되어 있는 또 다른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신의 회사명의로 납품을 하고 있어 이는 관련법에도 어긋난다는 내용이다.
제보자는 이어 “법적으로도 하자가 많은 사람이 어떻게 주민자치회 회장까지 맡을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옥천군 동이면 적하길30에 위치하고 있는 한 D주식회사. 공장 앞에 도착한 기자는 공장을 잘못 찾아왔나 의심했다. 너무도 조용한 공장의 모습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인기척은 물론 회사를 알리는 간판마저 찾아 볼 수 없었다. 언뜻 봐도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고 있는 공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더욱이 공장 입구 우측에 있는 사무실로 보이는 건물은 비워둔지 오래돼 보였으며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공장 내부를 둘러 보았다. 콘크리트 블록 제품을 만드는 시설로 보이는 기계들은 언제 가동을 멈추었는지 모를 정도로 녹이 슬어 재가동이 불가능해 보였으며 공장 곳곳은 잡초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동시에 공장 마당에는 언제 생산했는지 모를 생산일자 불명의 콘크리트 블록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직원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대표 “조만간 정리하려고 준비중이다”
해당업체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동이면 적하길 30번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가 “누가 봐도 가동을 멈춘 공장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묻자 “누구냐, 왜 그러느냐, 알고 싶으면 사장님에게 물어보라”고 전화를 끊었다. 이에 해당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 박 모 씨에게 물었다. “적하리 공장이 가동을 하지 않는건 맞다. 조만간 그곳을 정리하려고 준비중이다”며 “아무리 공장이 가동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은 판매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적재되어 있는 제품들은 조만간 판매될 예정이다”고 했다. 회사 직원과 대표와의 말이 서로 달랐다.
직접 생산여부 확인하지 않아
“또 다른 불순한 목적 있다”
이에 대해 동종업계 관계자는 “직접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납품하는건 불법이 맞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도 직접생산을 하여 납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옥천군 옥천읍 주민 윤성중 씨(가명, 62)도 “어떻게 그런 사람이 옥천군 주민자치회를 대표하는 주민자치회장을 맡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 사람은 분명 주민자치회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또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동종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풀이 자랄 정도로 관리가 안되었다면 생산을 멈춘지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매년 생산실태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옥천의 경우 충청북도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이 조달청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옥천군 안전건설과 P주무관은 “계약 당시 계약업체가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않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검색될 경우 일단 계약이 가능한 정상적인 업체로 인정하고 있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 건수가 한 두 건도 아닌데 일일이 직접 생산여부를 확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고 잘랐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는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결정을 하는 담당공무원의 책임의식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특정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업체 명단만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할게 아니라 실제 해당 제품이 해당 공장에서 직접생산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해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조달청 조사분석과 관계자는 “직접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직접생산한 것처럼 거짓으로 입찰에 응할 경우, 해당 사안이 현저히 위반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당사자로 하여금 부당이득금 환수를 비롯한 계약해지, 보증금 환수 등과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의 D주식회사는 올 1월부터 7월 30일 현재까지 총 3억5천376만3천원에 달하는 관급공사 물품을 옥천군에 납품했다.
한편, 해당 업체 대표 박 모 씨는 현재 옥천군주민자치회장과 충청북도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