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벽화사업, 결산서도 없고 관리도 허술

지난 6년 간 총 22억5,693만 원 투입 벽화 지식 지닌 공무원 단 한명도 없어 그림타일벽화 ㎡당 62만 원 들어 보은군 벽화 자연 친화적 문화공간 제공

2022-08-11     나기홍 기자

옥천군이 마을 안길과 도심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벽화그리기사업’에 대한 비용 결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물론 관리마저 허술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은 매년 관내 9개 읍·면을 대상으로 오래된 집과 건물, 담벽 등에 다양한 벽화를 그림으로써 도심미관 개선을 목표로 벽화그리기 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벽화그리기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최종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업비가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의혹에 쌓여 있다. 다시 말해 추진부서에서 해당 사업비를 읍·면에 내려 보내지만 정작 해당 사업비에 대한 최종 결산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비 사용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추진부서에서는 사업비만 내려보낼 뿐 해당 사업비가 제대로 합리적으로 사용하였는지에 대한 아무런 감시장치나 결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진부서 따로 시행부서 따로
행정의 투명성마저 의심

옥천향수신문이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군은 2017년 14건에 264,899,000원, 2018년 17건 225,775,000원, 2019년 24건 457,847,000원, 2020년 25건 410,700,000원, 2021년 4건 49,740,000원 그리고 2022년 6월 말 현재 9건 847,974,000원 등 최근 6년 동안 총 22억5,693만5천 원의 혈세를 들여 관내 벽화그리기 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를 들여 실시한 벽화사업이 추진부서 따로 시행부서 따로 진행이 되다보니 사업에 대한 일관성 결여는 물론 이에 대한 사후보고서마저 없어 행정의 투명성까지 의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옥천읍 신기3길 17번지에 9,975,000원의 사업비를 들여 실시한 벽화의 경우 추진부서는 도시교통과이지만 실제 벽화를 시행한 부서는 옥천읍이었다. 옥천읍은 S건설에 하청을 주었다. 그러나 이 벽화 역시 도시교통과에서 옥천읍사무소에 사업비만 내려주었을 뿐 사업이 끝난 이후 어떠한 보고서나 결산서도 받지 않았다. 읍사무소 담당자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을 뿐 아무도 모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옥천시외버스터미널 벽화
장애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아

그런가 하면 2018년 3월 6일부터 4월 14일까지 옥천읍 시외버스공용정류소 옆 절개지에 그린 타일벽화도 문제다. 이 벽화는 페인트로 그린 일반 벽화와 달리 타일을 조각 내 벽에 붙인 형태의 벽화로 124㎡에 4,872만5천원이 들어갔다. ㎡당 392,944원이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이 벽화는 벽화 앞에 주차중인 각종 차량들과 고정 컨테이너 박스로 가려져 있어 벽화가 그려져 있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들다. 벽화만 그렸을 뿐 사후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
도시교통과 관계자는 “우리 부서에서는 해당 읍·면사무소에 사업비만 내려주고 있다. 그러면 읍면사무소 담당자가 알아서 사업을 진행한다. 결산서나 보고서는 없다”고 했다. 다시말해 해당 사업비가 제대로 하청업체에 지급이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사용되었는지 담당자와 업자가 짜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 66-12번지 굴다리 밑에 그려진 그림타일 벽화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벽화는 1,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농촌활력과가 추진부서이지만 실제 시행부서는 동이면이었다. 아무리 타일에 그림을 그려 넣어 난이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제작비가 상식을 초월한다는 얘기다. 이 벽화는 난이도 면에서 앞에서 말한 시외버스공용정류소보다 훨씬 약한 느낌이다. 이 벽화는 24.2㎡에 1,500만 원이 들어갔다.  ㎡당 619,835원이 들어간 셈이다. 동이면 담당자는 “우리가 직접 시행한게 아니고 농어촌공사에 위탁을 했다. 이후 진행 상황은 농어촌공사에서 알아서 한다. 다만, 벽화라는게 사업의 난이도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사업에 대한 결산보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2020년 4월 27일부터 5월 11일까지 실시한 옥천읍 삼양로 5길 일대 마을안길 담장 채색 및 도색사업은 사업에 대한 결과가 비교적 투명했다. 이 사업에는 총 1,8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추진부서는 환경과였으며 시행부서는 옥천읍이었다. 환경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완료된 후 사업완료보고서를 받고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했다.

벽화전문 공무원 없어
업자 요구에 휘둘린다

이렇듯 각 부서별로 벽화사업을 발주하다 보니 일관성은 물론 체계마저 없어 통일된 벽화사업을 기대한다는건 이미 포기한 상태. 그저 나라장터나 물가정보 등을 근거로 발주를 하고 있다. 벽화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만 있어도 얼마든지 혈세를 줄일 수 있는데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기 싫어하는 것이다. 
옥천읍에서 관련업을 하고 있는 A 씨는 “옥천군이 취하고 있는 벽화사업 발주는 업자들로 하여금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하고 있다. 현 사업비의 절반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공무원들의 노력 부족으로 혈세가 새고 있다”고 질타했다.
옥천읍 동이면 주민 이성주(48) 씨는 “옥천군 공무원 가운데 단 한명이라도 벽화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있으면 불필요한 혈세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비싼 옥천벽화, 저렴한 보은벽화
동다리 교량날개벽 벽화 아름다워
 
 옥천의 벽화가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에 그려지고 관리가 부실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6월 준공한 보은읍 동다리 하상주차장으로 향하는 교량 날개벽에는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벽화가 그려져있다.
 딱딱하고 삭막한 콘크리트벽에 아름다운 이 풍속화를 그려 넣어 자연 친화적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속리산 상환암을 그려 넣은 이 벽화 한쪽에는 ‘속리산 상환암,  조선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100일 기도 후 한양에 가서 임금에 등극하였다 하여 유명해진 암자’라는 문구도 쓰여 있다.
반대편 삼산리쪽 벽화에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뱃들공원쪽 옹벽화가 차지하는 면적은 143㎡이며, 삼산리쪽 벽화는 42㎡로 총면적이 185㎡로 소요된 비용은 1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 66-12번지 굴다리 밑에 그려진 24.2㎡ 벽화에 1,500만 원이 들어간 것을 비교할 때 보은 교량 날개벽에 그려진 하천벽화는 7분의1 가격에 4배 넓은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옥천 김병학 기자
/보은 나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