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1리 ‘무덤’두고 시끌벅적

마을뒷산 암장 후 마을에 각종 흉사 일어난다고 주장

2002-12-21     곽주희
8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조용한 보은읍 교사1리 주민들이 최근 마을 뒷산(태봉산)에 새로 조성된 ‘무덤’을 두고 시끄럽다. 주민들은 보은향교(충북도 유형문화제 95호)가 자리잡은 태봉산 자락에 최근 무덤 1기가 들어선 뒤 건강하던 젊은이가 죽거나 몹쓸 병에 걸리는 재앙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최근 50대 1명이 급사하고 1명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으며, 4명이 뇌수술을 받는 등 재앙이 잇따르는 것은 신성한 터에 무덤이 들어섰기 때문”이라며 “이 곳에는 3∼4개월 전 이모씨가 조상의 묘를 옮긴 듯 새 잔디가 곱게 입혀져 있다”며 지난 14일 땅 소유주인 보은교육청에 무덤 이장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묘를 쓴 당사자에게 이장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파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며 “향교 소유라고 해서 향교에 문의했더니 향교와는 무관하며, 교육청에 협조를 구하라는 답변을 듣고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소유자인 교육청에 분묘를 옮길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이같이 이 땅과 무덤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난 80년대 겪은 무서운 기억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이 곳을 당대발복하는 명당으로 여겨 몰래 선친의 무덤을 조성했으며, 그 뒤 불과 1년 만에 교사1리 마을 7명의 젊은이들이 이유없이 사망했다는 것. 이에 주민들은 이씨와 심한 갈등을 겪다 문제의 무덤을 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반강제적으로 이장했고, 그 뒤 마을을 불안에 떨게하던 불상사는 사라졌다.

이 사건 이후 이씨와 주민들은 20여년째 왕래조차 없이 지내고 있으며, 이씨는 최근 또다시 불거진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주민들의 강제 이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국(69) 이장은 “무덤이 있는 곳은 영험하기로 소문난 태봉산 본령이며, 지난 50년대까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제(祭)를 올렸고 올해도 기관단체장들이 새해를 맞아 국태민안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던 신성한 곳”이라며 “이 곳은 풍수지리학상 당대발복하는 명당으로 지난 80년대 초에도 이씨가 묘를 쓰는 바람에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잇따르는 액운을 막기 위해서라도 묘를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묘 주인 이 모씨(63)는 “80년대 교사리 산 273번지에 묘를 쓰자 이 마을 젊은 사람들이 죽고, 우환이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묘를 옮겨 달라는 민원이 발생, 90년대 묘를 이전했으나 그 후에도 계속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해 묘를 쓰는 것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해 지난해 다시 매장하게 됐다”며 “묘가 쓰여진 땅은 향교의 토지지만 나의 집에 속해 있는 토지로 내가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묘지 주인은 향교 땅, 마을 주민은 교육청 땅이라고 주장해 현지를 획인, 소유권을 밝히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교육청 소유라면 무덤 조성 여부를 조사한 뒤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분묘 이장을 적극 권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은교육청은 보은읍 교사리 산 273번지 일대 1만1000여평의 임야(태봉산)를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