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스포츠산업 시책…유권자 선택에 달렸다

2022-05-19     김인호 기자
보은에서

6.1 지방선거가 2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보은군 한 해 예산 5000억 원을 집행하고 이를 견제.감시하는 선출직 공직자 10명을 뽑는 이번 선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4년 지역의 명운도 달리할 수 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느냐도 능력과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은의 앞날을 위해 누가 최고 적임자인지 정책과 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신중한 한 표 행사가 요구된다.

스포츠와 관광 그리고 농업
정상혁 군수가 보은군정을 12년간 이끌었다. 정 군수는 보은군을 스위스처럼 작지만 실속 있고 군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강소군(强小郡)을 추구했다. 결초보은 추모공원 조성, 보은대추축제의 정착, 공동묘지 이전 후 스포츠파크 조성, 말티재 권역의 변신, 수한지구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 동다리 재가설, 수정~금굴 확포장 등은 정 군수의 대표적 업적들이다.
특히 찬반 논란 속에 스포츠 대회 및 전지훈련 유치는 정 군수가 공을 쏟아부은 사업 중에도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와 농업 그리고 관광을 융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정 군수는 작년 취임 11주년을 맞아 “스포츠 메카 정착과 더불어 2025년까지 총사업비 2400억 원이 소요되는 속리산 종합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으로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보은군은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지난 10여년간 스포츠 행사에 눈을 돌려 괄목할 수치를 가져왔다. 이룸경제연구소가 지난해 군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대회 및 도대회와 국제대회 및 전지훈련 유치비용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총 103억원이 투입됐다. 한 해 평균 17억원이 들어갔다. 보은군 방문 인원을 보면 2017년 23만8201명, 2018년 21만1928명, 2019년 20만6724명, 2020년 6만9917명이 다녀갔다. 한해 국내대회 총 600여개 중 보은군이 약 40여 개 남짓의 국내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의 1인당 일일 소비는 2020년 기준 선수단 9만6493원, 학부모 14만4658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지훈련은 선수단 8만6073원, 학부모 13만1274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급효과 분석에서는 지난 6년간 전국대회 및 전지훈련을 통해 연간 137억~509억원의 생산유발효과, 60억~266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83~315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축구, 육상 등은 국내 전국대회 이상의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은군이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2024년 다목적 종합운동장(면적 26만7900㎡)이 완공되면 보은군 유치 가능 종목에 대한 큰 대회 개최 기준도 달성될 것이란 평가다. 다만 야구장의 경우 전국대회 기준 정규야구장 3개와 보조야구장 3개가 필요한데 이 기준으로는 야구장 2개를 보유하고 있는 보은군으로서는 규모 있는 공식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없는 시설이다.
보은군은 자치단체 예산 대비 3.05%를 스포츠 분야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지역내 각종 체육행사비 포함). 2018년 기준 스포츠산업 표방도시 전국 기초자치단체 10여 곳의 평균 2.7%보다도 약간 높다.
스포츠마케팅을 전략화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지자체장의 열의가 각별하다. 단체장의 관심, 인맥 정도에 따라 유치 종목이나 시설 규모, 예산의 차이가 난다. 둘째 모든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다. 셋째 체육시설물을 놀리지 않기 위해 스포츠 유치를 활용한다. 넷째 지역 홍보와 이미지 공고다. 다섯째 공무원 주도다.
보은군이 보다 많은 전지훈련팀과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면 방문할 수 있는 지리적 접근성과 국립공원을 낀 자연환경, 체육시설 인프라 그리고 적극적 스포츠마케팅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군은 “전지훈련 및 전국대회 유치는 지역 농특산물판매, 대추축제 등 각종 시책사업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보은군 체력으로 감당하기에 버거운 난제가 놓여 있다. 스포츠산업 관련 전문성의 한계가 그것이다. 보은군이 스포츠 도시로 거듭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스포츠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 활동을 위한 전략가 육성이 필요한데 보은군 여력으로선 힘들다.
스포츠사업을 대하는 지역의 찬 시선도 사업 추진 동력을 위축시킨다. 정 군수 주민소환을 주도했던 보은민들레희망연대는 “투자대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극히 미약하고 지방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대표적 사례”라고 폄훼한다. 민주당 소속 군의원 대다수도 “스포츠사업은 돈먹는 하마”라고 깎아내렸다.
스포츠 시책 관련 얘기는 후보들에게도 부담과 고민을 안겨준다. 김응선 민주당 보은군수 후보는 “순수 군비로 대회 유치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경제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작년에 계획된 42개 대회 중 57%에 해당하는 24개는 경제유발효과가 500%대 이하로 실익이 떨어지고 1인당 일 96,493원의 경제효과에 174% 대회도 있다. 1억 주고 7400만원 남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음식업, 숙박업, 지역 특산품을 이용하거나 구입할 시 재료비나 인건비, 경영비 등 비용을 차감하고 남는 금액만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스포츠마케팅이 관련 소상공인에 도움을 주기는 하나, 옥석을 분명히 가려 대회를 유치하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는 “스포츠마케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관광패턴의 변화로 속리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보은군을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감소하는데 대한 대응이다. 유동인구를 늘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 활성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는 역할도 했다”고 거론했다.
이태영 무소속 후보는 “보은군은 대표적인 농업군이며 관광군이다. 지난 민선 5,6,7기는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집중된 시설 투자로 한 스포츠 마케팅을 핵심사업 중 하나로 펼쳐왔다.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도 많은 군민들이 스포츠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해법과 앞으로의 문제 해결 대안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이 여러모로 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지금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체계적인 운영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할 때”라고 의중을 나타냈다.
스포츠사업은 무엇보다 단체장과 관련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군의원들의 신념과 소신이 좌우한다. 새로 선출되는 공직자들이 정 군수가 쌓은 탑을 뭉갤지, 적당히 얼버무릴지, 기조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정 군수의 기조를 계속 이어갈 후보를 선택할지, 아니면 버무리거나 뭉갤 후보를 택할지 유권자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