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공중도덕

박대종(보은문화원장)

1997-12-06     보은신문
예절이란 예의범절의 준말로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도리요 질서하 할 수 있다. 다시말해서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서로가 지켜가야할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지키지 않고 너만 지키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늘은 공중목욕탕의 예를 들어보고 싶다. 물바가지와 수건 그리고 앉을개 비누곽등이 마구 흩어져있는 목욕탕을 들어설적마다 불쾌감을 느껴왔다.

그뿐이 아니라 비누때낀 끈끈한 목욕용구 또한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나의 성미가 까다로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구 흩어져있는 것을 대충이라도 정리를 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목욕용구를 보면서 탕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중에 나만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다시는 그 샘물을 마시지 않을 것처럼 침을 뱉고 간 사람이 언젠가 다시돌아와 그 샘물을 먹는다” 대중목욕탕은 나혼자만 사용하는 장소가 아니다. 너도나도 모두가 내일도 모레도 다시 찾아와서 사용해야 할 곳이다. 물론 업주가 수시로 청소와 정돈을 할 것이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소에서 질서를 지켜야할 하나의 사회규범이기 때문이다. 목욕비를 내고 사용하는 것이니까 영업을 하는 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중도덕적 측면에서 네가할 일 내가할 일 따지기 이전에 너도나도 지켜야 할 질서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또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소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사람이 함께 사용하다 보면 다른사람에게 물이튀어 갈 수도 있고 몸이 서로 부딪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다른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일본은 온천의 나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전 열도에 가는 곳마다 온천장이 있고, 공중온천장의 시설이 매우 우수한 나라다. 일본에 갔을 때 한 온천장에 간 일이 있는데 꾀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고, 수도꼭지가 있는 앉을 자리가 두자리뿐이었다. 그남은 두자리 수도꼭지 앞에는 앉을개위에 깨끗하게 씻겨진 물바가지가 엎어져 있었고, 주변까지 말끔히 정돈되어있어 선뜻 그 자리에 앉기가 주저스러운 정도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공중목욕탕에서는 그렇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도 업주가 청소와 정돈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목욕을 끝마친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사용한 모든 용구를 말끔히 씻고 주변까지 청소를 한다음 제자리에 가지런하게 정돈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의 또다른 면을 느기게 하였다.

그들은 내가 지나간 흔적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용구는 내가 다시 돌아와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남을 위한 봉사심이 앞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보편적인 행동이었지만 결과가 훌륭하게 끝맺음되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온천장에서 제공하는 수건도 다 사용한 다음 깨끗하게 빨아서 물기를 짜내고 수건함에 넣고 나오는 모습도 참으로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우리는 남의 것을 배운다는 건지 이전에 예의를 아는 민족이다. 몰라서 아무렇게나 행동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민족이다. 남이야 어떻게 하던 사람으로서 취하여야할 본인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아름다운 결과가 돌아온다. 우리가 늘상 며칠만큼 주기적으로 행하는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위한다거나 남을 위한다는 마음이전에 공중도덕을 지킨다는 보편적인 질서의식만 갖는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문화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부주의해서 질서의식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문화인으로서의 긍지를 잃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비록 공중목욕탕의 예를 들었지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서로가 공중도덕을 지켜가는 마음가짐이 명랑한 사회를 창조해가는 첨경이 된다는 섭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도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너와 내가 따로없다.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덕목임을 개닫자.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