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박종기(전 도의원, 삼승 우진)
1997-11-22 보은신문
그저 모든 것이 좋기만 한데 한일합병 뒤에 우리에게 독립정신을 없애고 민족적 열등의식을 심어놓기 위해 일본이 의도적으로 왜곡해 교육시킨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어떤 때는 자기비하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우리민족은 옛날 부터 공동체 의식 즉 단결심이 대단한 민족이다. 언어에서도 『우리』라는 공동체적 단어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하다못해 자기의 남편이나 아내인데도 「우리 마누라」, 「우리 남편」하며 여러 사람의 남편이나 아내처럼 표현하고 「내 아들」이나 「내 딸」보다는 「우리 아들」「우리 딸」하고 말할 정도다.
다른 나라에서는 200년~300년걸려서 이룩한 산업화를 우리는 불과 20~30년에 이룩했는데 단결심이 없다면 어떻게 가능했으며 팀플레이가 기본인 축구에서 단결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수차례나 계속 월드컴 본선진출을 했겠는가. 우리나라는 고조선이래로 931회(고조선 11회, 삼국시대 143회, 고려 417회, 조선 360회)나 외침을 받았음에도 이를 잘 극복하고 4330년의 역사를 지켜왔는데 이지구상에 400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 이것만 보아도 단결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가끔 보면 특히 정치적인 문제로 국론이 분분하고 정당이 난립하는 것을 가지고 「단결심 부족」운운하며 염려하는 일도 있지만 우리 민족은 평상시에는 많은 반목과 분열이 었다가도 나라가 위급할 때는 모두 합심하는 슬기로움이 있기에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기도 하고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단결력이 높고 협동적인 우리민족인데 스스로 단결심이 없다느니 모래알 같다느니 말하고 생각하고 교육한다면 정말로 단결심이 없어질까봐 걱정이다. 또 속상한 일이 있다. 이스라엘 학생이 외국에 갔다가 본국에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진귀국했다느니 뭐니하며 외국인 칭찬에 열을 올리는 사람을 볼 때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나라 사람이고 우리나라 역사는 관심도 없는 문외한인가 싶기 때문이다. 우리세대에 일어난 6.25전쟁때만 얼마나 많은 우리의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학도병으로 자진입대하고 불과 14세의 안봉근이라는 소년을 비롯한 500여명의 어린 소년들이 소년병으로 자원했으며 고국에서 전쟁이 나자 많은 재일동포가 달려와 자원입대를 했는데 어린 소년들이나 어린 학생 또는 외국에 있는 교포에게 입대명령을 해서 입대했나?
누가 강제로 붙들어다 입대시켰나? 모두가 애국심 하나로 목숨바쳐가며 스스로 전쟁터로 뛰어들었는데 그 많은 우리의 젊은 애국자에 대해 말한 마디 없고 어떻게 외국인 하나 귀국한 것을 알고 칭찬하는지… 또한 이씨 조선이 어떻고 이왕가나 민비가 어쩌고 사색당파 싸움이 어쨌고 할 때도 속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독립국가가 되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지 수십년이 지난 얼마전까지도 일제 교육 잔재를 그대로 이어받아 이씨 조선이니, 민비니하고 기록되는 것을 볼 때는 더욱 속이 상했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두개나 있었기로 그것을 구분하는 차원에서 옛날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은 고조선이라고 하고 이성계가 세운 나라는 그냥 조선이라했을 뿐이지 김씨 조선이나 박씨 조선, 이씨 조선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조선시대는 이씨만이 왕을 하였지만 조선왕조이지 이왕가는 아니며 지금부터 꼭 100년전인 1897년 나라이름을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왕을 황제로 격상하였기로 그보다 2년전인 1895년에 일본인들에게 무찬하게 시해당한 민씨 왕비에게는 시호를 명성(明成)으로 하고 황후로 했는데 어째서 명성황후가 아니고 민비란 말인가. 만에 하나라도 명성황후가 아니면 최소한 명성왕비로 호칭되어야 할텐데 어떻게 황제의 정실부인에게 성씨만 부르지 모르겠다.
우리 역사에 그런 일이 어디 또 있는가. 일본이 자기들의 왕은 천황이라 부르고 우리는 그 보다도 훨씬 격하시키기 위해 제 멋대로 만든 말을 지식인을 자처하는 일부인사들까지도 아직 민비로 호칭하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또 사색당파라는 용어도 옳지않은 것으로 본다. 이는 분명히 초기의 정당정치이지 당파싸움으로만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현대 정당정치가 발달된 미국에서도 정권을 잡은 정당이 모든 이권과 공직을 싹쓸이하는 스포일즈 시스템(spoils system: 엽관주의)이 20세기 중반 가까이까지 관련화 되었었고 오늘날 우리정당도 이합집산과 보복정치 많은데 수백년전에 처음으로 정당정치를 하다보니 서툴러서 운영의 묘를 제대로 찾지못하고 서로 견제나 보복이 많아 폐해가 심해 중단되었으므로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일본같은 나라에서는 생각도 못해본 시절에 우리는 정당정치를 했는데 일본은 이것을 당파 싸움으로 매도했고 그것을 그대로 곧이듣고 받아들인 것 같아서 좋지않게 생각된다. 이제부터라도 민족의 장긍심과 바른 역사관을 심어줘 자랑스런 한국인, 떳떳한 한국인, 위대한 한국인으로 살아가도록 해야될 것 같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