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존심

1997-10-25     송진선
지난달 27일자로 양담배를 팔지않겠다고 약속하고 무결점 지역을 선포한 지 벌써 한 달이 된다. 보은의 자존심 회복을 선포한 후 주의가 떠들썩했을 정도로 축하세례를 받았던 보은주민들의 의로운 행동이 지금은 과연 어떠할까. 아쉽게도 보은의 자존심을 회복케해준 담배 판매인들의 의로운 행동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양담배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도내에서 군 단위 지역으로는 지역세가 가장 약한 보은군이 양담배는 가장 많이 팔고 있다는 수치스런 기록을 다시는 세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결연한 의지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현재 읍에서만 2, 3군데에서 양담배를 취급하는 것이 담배 판매인들의 조사에 의해 드러났다. 양담배 판매회사들의 무차별적인 선물공세에 판매인들은 선물을 가질 수 있다는 보너스에 눈이 멀어 우리의 혼으로 지킨 양담배 무결점은 정복당하고만 것이다. 이러한 배신행위(?) 는 전체 담배 판매인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분노케했으며 보은주민들에게는 과연 보은주민들의 의지가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에 대한 실망감을 주었다.

아직도 전국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를 요구하며 수퍼 301조를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미국 앞에 무릎을 끓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고 미국산 수입소고기에 대한 O-157, 아이스크림에 대한 세균검사를 하는 등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응해 이들제품에 대한 판매실적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유독 보은만은 비굴하게 사탕발림에 넘어가고 말았다. 양담배 무결점을 선포한 이후 그 동안 양담배 판매회사들은 도내에서 양담배를 가장 많이 팔았었던 영화를 되찾기 위해 보은지역을 포기하지 않고 판매인들을 현혹시켜 왔다.

아예 차 안에 다양한 전자제품을 싣고 다니며 양담배를 사면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 골라서 가질 수 있도록 하고 판매인으로 지정된 업소를 전세내어 양담배 판매회사 직영으로 양담배를 팔아보겠다고 하는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은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양담배를 파는 판매인은 골수 양담배 애용자나 다방에서 차를 배달하는 아가씨들 등 일부에게만 몰래 팔고 있고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남의 눈을 의식해 피우는 단계까지 도달했는데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된다.

모처럼 보은의 자존심을 회복한 좋은 본보기가 일부 판매인들로 인해 그리고 일부 양담배 골초들로 인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이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예로부터 불의에 적극 대항하는 의로운 정신을 가진 보은인들의 자부심이 다시 한 번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 간정하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