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은 모르고 있어야 하는가

1997-10-11     보은신문
지난 8일 늦은 저녁 내북면 창리 전체를 뒤흔드는 폭음이 들려왔다. 마른하늘에 왠 천둥소리인가 하고 동네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둠 속에서 들려온 소리는 다름 아닌 내북면에 위치한 한화보은공장의 화재로 인한 폭발음이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출동한 소방차와 인근 마을주민들은 공장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장 앞에는 소방차를 비롯한 화재를 취재하려는 보도진들이 출입을 저지당한채 우왕좌왕하면서 사고원인을 알고자 궁금해하고 있었다.

한화보은공장의 화재로 인한 폭발음은 거리가 제법 떨어진 보은읍에서도 감지할 정도로 소리가 요란했다. 원인을 알지 못하던 보은읍 주민들은 꽝하는 소리가 천둥소리겠지 하고 하룻밤을 지냈다. 그러나 9일 아침 한화보은공장 화재소식이 각종 매스컴을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어제 지축을 흔들었던 소리가 천둥소리가 아니고 폭발소리였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대부분의 주민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화약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주민들을 흥분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가 흘러도 화재원인은커녕 사고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인근 마을 유리창이 깨지고 방목하던 소가 도망가고 폭발소리에 동네전체가 놀라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사고발생에 대한 원인규명 및 사고대책에 대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사실이 주민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다만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만 보상으로 외지 않는 주민들의 정신적인 피해는 무엇으로 보상하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 폭발사고와 같은 대형 화재사고가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통한 해명과 대책없이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씻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가방위산업체라는 이유만으로 공장문을 굳게 닫아 놓은 결과가 이러한 대형 화재사고로 이어진다면 어떤 군민이 이러한 공장이 보은에 위치해 있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분명한 화재원인을 밝히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