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있다

어호선(방송인, 수필가)

1997-09-06     보은신문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있다. 또 행복 추구란 목표를 향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불행해 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농부가 피곤함을 무릅쓰고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상인이 장사를 잘하기 위해 머리를 짜고, 교사가 열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이 부족한 잠을 참아 가며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자신의 행복한 삶을 약속받기 위해서라고 해도 지난친 말은 아닐 성 싶다.

정의보다는 부정과 비리가 더 돋보이는 세태라고 하지만,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목표했던 일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는 게 그래도 우리 민주사회가 아닌가 한다. 재산을 모으는 것이 행복을 소유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지기도 하고 권력을 거머쥐고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행복을 독점하는 것처럼 착가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착각은 어디까지나 자유다.

그러나 돈과 재산과 권력과 지위는 실상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닌가 한다. 오히려 재산이 많기 때문에 형제같은 물론 심지어 부모 자식간에도 송사(訟事)까지 벌이다 결국 폐가망신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봐왔다. 또 절대 권좌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의 종말이 어떠했는가를 우리는 눈으로 똑똑히 확인도 했다. 그러니까 돈과 권력 따위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 방편은 될 지언정, 행복과는 거의 무관한 존재가 아닌가 한다.

사람이란 동물은 본래 무한한 욕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부질없는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이 세상 아무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대의 허상과도 같아 아무리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욕망과 싸워 이긴 자는 없다. 욕망을 채우려는 자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어리석은 사람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결국 무한한 욕망은 항상 우리를 번민과 불행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켜가는 비법은 알고 보면 간단하고 아주 쉽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가짐만 잘 추스르면 그 뿐이다.

「긍정이 세번이면 운명까지 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마음이 문제요, 마음가짐의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세상 수십만 종의 동물가운데 소나 개 같은 동물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가. 또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땅이나 아프리카 오지를 비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행복의 조건을 추가한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두 눈과 두 팔과 두 다리가 잘 움직여주고 자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가 이 세가지 조건을 다 갖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행과 불행의 길은 갈리게 마련이다. 천당이 하늘나라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극락세계가 어디 별천지처럼 마련돼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천당과 극락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상 행복도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행복의 껍질을 벗기지 못하고 부질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안절부절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욕망이란 존재는 요사스런 무한의 허상과도 같기 때문에 이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면 될 수록 갈증만 더해질 뿐 사람들을 결국 불행 속으로 몰아넣고 마는 배신자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족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만이 자신을 살찌워 행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농촌이건 도시건 어디에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돈을 많이 갖고 있든 없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며 또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없고가 행복을 향유하는 것과 무슨 그리 상관이 있으랴.

진정한 행복은 마음을 비우는 바로 무욕(無慾)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벌거벗으면 인간은 같은 형상이요, 죽으면 누구나 한 줌이 흙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동등한 존재이기에 행복이란 씨앗은 누구에게나 마음 밭에 고루 뿌려져 있다. 마음만 다잡고 싹만 틔우면 되는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