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2021-04-22     김영조(보은읍 대야리)
김영조(보은읍

어떤 흐린 날 눈이 오고
바람도 갈대도 아득히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멀어지면
이대로 눈 감은 채
강물이 되어 흐르고 싶다

외딴집 한 채 돌담에 기대어 기울어가는
해거름 쓸쓸한 여울목에 서서
이별과 슬픔으로 얼룩진
그리움 한조각 물 위에 띄워본다

스스로 강물이 된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물살들
물비늘에 부딪혀 반짝이는 추억처럼
아, 막막한 시간의 장력(張力)

바다가 그리운 산들이
노을과 함께 산화하는 저녁
비로소 나는 그토록 참았던
강물의 울음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