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大意)

2021-03-25     김종례(시인,수필가)

  어느새 마른 가지마다 새물이 차오르고, 오래된 고목에도 불어오는 꽃바람, 삭정이에도 일어나는 잎바람이 희망의 4월을 오라한다. 밤이 있음으로 해서 낮의 태양이 찬란해 보이는 것과 같이, 겨울이 있음으로 해서 봄 햇살이 더욱 따스한 것처럼, 우리의 희망도 그 동안의 근심, 슬픔, 고통을 통과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가장 어두운 새벽이 지나서야 찬란한 아침 동이 트는 것처럼 말이다.
  도의원 보궐선거가 보은 군민들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대선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연다라 실시된다.  여기저기 커다란 얼굴이 박힌 현수막이 펄럭거리며 발걸음을 붙잡고, 미사여구들의 풍세가 꽃비 날리듯 난무하고도 어지러울 것이다. 큰 뜻을 품은 사람은 특별하고도 출중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그 큰 뜻의 목표점이 어디냐에 따라서 단순한 관리자로 남기도 하고, 보스로 전락하기도 하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도 함을 우리는 누누이 보아왔다. 진정 큰 뜻을 품은 출마자라면 내가 진짜라고 과대포장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도 강점이 될 것이다. 유권자 역시 출마자의 삶에 성실과 신용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에서, 가장 개론적이고 보편화된 지도자 자격론을 간단히 옮겨보며 함께 숙고(熟考)하고자 한다.
 첫째, ‘큰 뜻을 품는 지도자가 되려면 교양 지식은 물론 나름대로의 전문적 자질을 겸비해야 한다.’ 견해와 사고가 천차만별인 사람들의 집단을 통찰, 지도할 수 있는 인물은 우선 전문적인 지식의 폭과 통솔능력이 월등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훌륭한 리더는 항상 자문하는 자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 내가 품은 큰 뜻(大意)은 무엇이며 그 목표점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둘째. ‘큰 뜻을 품은 리더라면 합목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내어다 보는 원대한 혜안을 겸비해야 한다.’ 대중들이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공동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비전이 있는 사람인지와, 그 비전의 방향과 목표가 객관적이며 바람직한지를 가늠하고자 한다. 그러기에 당선자는 표준화된 평가점수를 얻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삶의 자세와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당위적인 견해로 리더는 도덕성과 품격이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어야 한다’자신의 입신영달만을 위하여 기회주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은 윤리적 도덕성이 결핍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야망이 이루어 질 수만 있다면 과대 포장된 망언이설도 무관하리.’는 결단코 배척해야 하며, 유권자는 사심(私心)과 욕심에 사로잡힌 출마자는 배제함이 당연하다. 윤리적 도덕성의 결핍은 지역이나 국가를 퇴보의 길로 빠지게 할 것이며, 도둑에게 도덕 교사를 임명해 주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리더들에게 권하는 성현의 말 중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자신과 사람을 등불삼지 말고, 진리를 등불삼고 의지하라. 공익을 위해서는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큰 무리를 이루라’고 권고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군림이 아니라 섬기는 지도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걸어 다니는 비전과 전략의 덩어리라 지칭 받는 사람만이 지도자가 될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출마자의 정신은 청마처럼 역동적 기상이 있어야 하며, 이견까지도 경청하고 타협하는 겸손함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공동체 존재가치를 수용하며 지역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 봉사, 희생의 정신으로 질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유권자들도 지연, 학연, 관연의 고리에 어리석게 얽매이지 않고, 진정 큰 뜻을 품은 출마자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거쳐 온 대선, 총선, 지방선거 및 기관단체 수장의 선출까지 유권자 수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막중한 한 표를 함부로 던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지역 공동체 발전에 큰 뜻을 가진 분이 당선되기를 기대해 보는 요즘이다. 
 희망을 노래하는 4월에는 소외된 각계각층 구석마다 해맑은 봄햇살이 비추기를, 코로나로 절망하는 이들의 마음밭과 격리된 병상에도 따스한 봄볕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꽃들의 합창이 우주만물에 화답하듯이, 우리들 가슴마다 희망을 노래하는 종달새가 지저귀기를 기원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