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거운 미소(微笑)

전일용(탄부벽지, 사업가)

1997-07-05     보은신문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했건만, 침이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요즘 우리 주변엔 너무나도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을 보노라면, 어떤 신문 가릴것 없이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되는양 착각이라도 하는 것일까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여보란듯 떡 버티고 선 그때 낯익고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흔히 볼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국민 앞에 부끄러워 고개 떨구기는 커녕 꽂꽂하게 고개쳐들고 참으로 참회할 줄은 모르는 후안무치의 한심스럽고도 기가 막히는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 이들의 이 역겨운 미소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왜 이런 억지 춘양식의 미소를 국민 앞에 짓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끝까지 은폐해 보려는 또 하나의 얄팍하고도 교활한 술수이며 국민을 얕잡아 보는 무례함이라해도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치자금이나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서민들로서는 가히 상상할수도 없는 천문학적 숫자의 거금을 챙긴 고위 공직자며 선량들은 그들의 이름이 거명되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정태수라는 사람은 알지도 못한다고 딱잡아떼었다. 그 누구 한사람 돋받은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잘못을 빌거나 반성의 빛을 보인자는 단한사람도 없었다.

부당한 돈 챙기고도 그토록 뻔뻔할 수 있는 걸 보면 평소 너무 많은 뇌물을 하도 많이 먹다보니 뇌물 불감증에라도 걸린것은 아닌지, 좀더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처음엔 결백한척 기를 쓰고 우기다가 들통나니 조건없이 받은 돈이니 떳떳하다는 논리야 말로, 뻔뻔스러움을 넘어 후안무치의 작태라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떳떳한 돈이라면 왜 안받았다고 거짓으로 일관했는가. 떳떳이 사실대로 밝혔어야 옳지 않았겠는가.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빗나가는 젊은세대, 청소년들만 나무랄일이 아니다.

한나라의 지도층이 이토록 부패하고 타락해 있고, 온갖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정당화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는데,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본받을 것이며, 그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데 도움이 커녕 끼쳐질 해악이 그 얼마이겠는가. 한나라의 국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함은 법의 기본정신이다. 다시 말해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도 죄지으면 마땅히 법이 정한 범위내에서 심판내에서 심판받아야 마땅하고, 결코 예외일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이며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지 아니한가.

현실이 이와 같은건대, 입법부의 수장이라고 어디 예외일수야 있겠는가. 크든 작든 돈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는 마땅히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공직에서 물러났어야만 옳았다. 법의 심판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헌대, 그는 대국민사과도 공직사퇴도 없었고 검찰은 그를 무혐의 처리했으니, 뒷맛이 씁쓸하고 영개운치 않다.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법의 정신은 과연구두선에 불과한 것인가 난 이쯤에서 꼭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현재 법에서도 그 해석이 분분한 소위 『떡값』이라는 개념인데, 1억원 챙기고도 떡값이요, 20억원을 챙기고도 떡값받았다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서 떡값이란 말이 유래되었는지 자세히는 알수 없으나, 떡값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참으로 묘해서, 얼마되지 않은 작은 돈이란 의미에서부터 마땅히 주고 받아도 좋은 미풍양속으로서의 고운뜻으로 이해가 된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서 당연히 뇌물의 성격을 띤 돈이 떡값이라는 미명으로 위장되어 은밀히 거래 된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떡값이든 정치자금이든 이를 가릴 필요는 없다.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에게도 뇌물공여죄로 엄중처벌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한다. 이와 병행해서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실로 중요한것이 있으니, 다름아닌 돈안드는 정치 풍토를 하루속히 이땅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는 다른사람 아닌 우리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선진의식과 단합된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청문회장에 불려나온 어느 선량의 자조적인 탄식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정치를 하다보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무한정 들어가는 돈때문에 부정한 줄 알면서도 검은 유혹을 결코 뿌리칠 수가 없었다는, 그리고 만성이 되니, 죄의 식조차 무디어지고 당여한 일처럼 여겨지더라는…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과중한 경조사 부조금 또는 이런저런 단체나 집단에 내야만하는 엄청난 돈 때문에 너무 시달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만약 돈많이 쓰는 공직자나 정치인 또는 뇌물주는 기업인 눈에 띌땐 가차없이 고발 또는 일깨워주어야만 한다

죄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스럽게도 국민을 속이고 오만 불손하게도 떡 버티고 서서 역겨운 미소마저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 공직자며 정치인들은 재기 불가 리스트에 제 1순으로 올려놓고, 두번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나라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두누 크게 부릎뜨고 철저히 감사해야만 할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