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영세농협의 탈출구
1997-07-05 송진선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군내 농협들이 속속 합병의 대열에 서고 있다. 지난 2월 독자 경영으로 농협을 유지하려던 외속농협이 보은농협에 합병, 7월1일부터 업무에 들어간 이후 지난 3일에는 협동조합으로써의 기능이 미약한 속리산, 내북, 산외농협이 보은농협과 합병하기로 약속했다. 영세농협 또는 적자농협의 자율적인 합병을 유도하면서 농협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도하고 합병을 하는 농협에 대해서는 많은 혜택을 주며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앙회에서는 합병 조합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고 7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고 또 경영상태가 극히 어려운 조합과 합병시에는 별도로 추가 지원되며 조합원 실익사업 활성화를 위해 경제사업장에 대한 저리 시설자금을 우대지원하고 상호금융 저리자금 1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혜택이 크다. 이외에 정부의 올해 예산에 65억원을 반명 중앙회와는 별도로 지원되는 등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
그러나 합병의 촉진을 위해 권고제까지 시행, 합병 권고를 받은 농협에 대해서는 중앙회로 부터 지원받던 각종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등이 중단되고 그동안 지원되었던 자금을 단기간내에 회수하는 등 합병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군내 권고 대상 농협들이 일찌감치 합병을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농협 중앙회의 합병에 대한 방침은 2001년까지는 군내 전 농협을 대규모로 합병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협의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농협의 독자 경영이 더욱 어려워져 아직 합병 대열에 서지 않는 타 농협도 곧바로 합병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대열에 끼지않은 농협들도 경영기반이 영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엘리트 집단을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배치된 업무와는 별도로 현재 각 농협의 인력 대부분이 농산물 소포장이나 사료포를 배달하는 등의 노동으로 겨우 겨우 흑자조합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사업의 신장을 가져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의 능률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전남 순천, 경남 산청은 전 농협이 하나의 농협으로 합병했다. 충북에서도 단양지역이 하나의 농협으로 합병하기 위해 선진 농협을 방문하는 등 합병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인근 청원군의 미원, 남일, 문의, 가덕, 낭성농협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농협이 보은지역의 농협보다 영세하기 때문에 대규모 합병을 추진한 것이 결코 아니고 농협이 살아남고 조합원들에게 환원사업을 확대시키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대규모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농협합병은 시대적인 과제다. 농업의 위축으로 인해 농협도 조직과 사업면에서 기반이 약화되고 농협의 금융업무 또한 신협, 새마을금고 여기에 우체국까지 가세한 유사업무 취급 기관과의 경쟁이 심화, 조합원들의 농협에 대한 주인의식도 점차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읍·면 행정단위로 설립되어 있어 제한된 영업 구역과 조합원 수로 인해 사업규모가 영세해 경영의 부실까지 불러와 중앙회의 지원이 없으면 자립경영도 안되는 것이 군내 농협이 처한 현실이다. 합병은 군내 농협이 처한 비상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전 농협이 한꺼번에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큰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