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국 혼미, 독재 부를 수도…
동의대학교 김태희 교수
1997-05-24 송진선
부패·금권정치 방지위해 선거공영제 도입 필요
號를 삼산 이라고 했을 만큼 보은을 사랑한다. 내북면 염둔리가 고향이나 공장입주로 없어져 지금은 보은군 전체를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내북초등학교, 청주 사범중학교, 청주고등학교를 졸업, 고려대 정치학과에 진학, 주경야독하면서 4.19때에는 데모대의 앞장에서는 진보적인 학생이기도 했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경남매일 기자, 그리고 경남신문에서 정경부장을 지낸 후 83년 동의대 교수 채용시험에서 합격,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동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동안 29개 강좌, 65편의 논문 발표등 왕성한 학술연구 활동을 벌여 최다 논문 발표 교수로 동의대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67년에 국회의원에 입후보했으나 낙선한 바 있고 현실정치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김교수는 입후보자가 모두 돈을 못쓰도록 하는 완전 선거공영제 도입이나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해서 정당별로 투표하는 방안, 아니면 대선거구로 해서 지방색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인 유인숙씨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 송 : 국내의 정치상황이 매우 어렵다. 정치학자로서 현 정국에 관해 말해달라.
◆ 김 :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판 일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30년 군사독재의 마감, 권위주의 청산, 개혁정치에 대해 좋게 생각했다. 한동안 국민의 신임도가 높았고 지지도가 높았다. 정치학회에서도 논문을 통해 김대통령의 정치스타일 및 개혁정치에 대해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초창기 때 세종대왕과 같은 치적을 남기겠다고 했으나 아들에 대한 단속 소홀, 대선자금 노출 등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이 유감스럽다. 김대통령 앞으로의 방향은 내각책임제의 개헌이나 연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여·야당, 학계가 포함된 내각을 구성해 범 국민적으로 정치방향을 설정하고 지금의 정국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또 국가 비상조치를 선포해 사치풍조에 대해 철퇴를 가하고 외국으로부터의 호화품 수입 억제, 국민 과소비를 막는 방향으로 유도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계개편 예상된다. 여권내에서의 분열 가시화로 여당 지지표가 분열, 차기 집권이 어려울 것이고 만약 야권에서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정권이 교체될 소지가 강하다. 부패정치 막고 대통령 입후보자가 돈뿌리는 것 차단하기 위해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해 돈 없는 사람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송 : 김 대통령은 여당의 분열을 막고 과열조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조직의 해체 등 엄명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여당은 계파싸움이 치열한 듯하다. 대통령의 명령이 서지 않고 있는데.
◆ 김 : 정당정치인데 공익추구를 해야지 사익을 추구해선 안된다. 파벌정치는 안된다. 여당 분열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조치는 매우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권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권력 누수현상이 보인다. 대통령으로서의 파워 상실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김대통령 총재직 사퇴하면 안된다.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제도 등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 또 정국을 혼미에 빠뜨린 아들 현철씨 문제도 형사불소급의 원칙,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재임 중에 형벌을 주면 퇴임 후에도 면죄부의 효력이 있을 것이고 역사적으로도 재임 중에 아들까지 벌을 줬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 송 : 현철씨 사건으로 인해 또 한 번 정치자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자금이 정당하게 모금되고 쓰여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 김 : 국회의원의 세비는 한달 5백만원도 안되는데 선거때 4천만원 이상 쓴다고 한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지금까지 남의 돈으로 정치한 것 밖에 안된다. 돈이 없다가도 정치를 하고 난 후 돈을 버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이 막강해 대통령이 되고나면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 때문에 재벌들이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받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전두환, 노태우, 김현철에게 돈이 모여든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개혁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고 또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는 내각책임제로 개헌할 필요성도 있다. 또 부패정치 종식의미로 과거 부정축재한 정치인을 형무소에 보내지 말고 재산을 모두 환수해 국가재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 송 : 경제, 문화는 일등을 알리고 있는데 왜 정치만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는가?
◆ 김 : 우리나라 정치 후진은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현 정국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후퇴, 독재정치가 도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동안 군인정치에 젖어있어 국민들은 군주가 시키면 순종하는 식으로 정치를 감수해왔다. 이것이 문제다. 에릭프롬이 『자유와 탈출』이라는 저서에서 밝혔듯이 후진국에서 독재정치를 경험한 국민이 강력한 정부 원하고 스스로 독재정치를 선호하는 우를 범한다. 우리나라는 독재를 종식시키고 국민스스로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 성취한 다음에는 수성(守成)이 중요하다. 돈만 있는 그리고 몰이배, 부패에 젖어있는 사람을 뽑으면 우리의 정치는 영원히 후진성을 면하기 어렵다.
식견이 높고 양심적이고 불의에 젖어 들지 않는 정치인, 불의에 항거하는 양심적이고, 학자적인 정치인이 바람직하다. 플라톤은 철인(哲人)을 논하면서 50세 이상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노련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 도덕군자를 정치가로 모셔야 한다. 젊은이에게는 그런 깊이가 없다.
◇ 송 : 정치는 토론문화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 김 : 타협 민주주의가 상당히 슬기로운 것이다. 정치가는 권력자가 아닌 권한자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한계성 가지고 권한을 행사할 뿐이다. 앞으로 이 나라으 lwjdcl는 억압 공포정치는 불식되어야 한다. 여당도 나라를 위하고 야당도 나라를 위하고 서로 협의, 의견 모아 총의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 여·야 영수회의도 자주 가져 야당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 전공자의 의견도 수렴해서 타협을 하면 좋은 정치를 할 것이다. 입헌 군주에인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여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야당을 탄압하지 않는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타협해나가는 정치가 필요하다. 협의의 민주주의로 갈등 없고 극대극이 없고 여·dirk 신사적으로 친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통일문제 등 국가적으로 큰 문제를 결정할 경우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 송 : 지자제는 정치의 가장 기본이라고 한다. 님비현상에 좌우되지 않는 정책수립 방법은?
◆ 김 :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핵심이고 중앙집권을 지방에 배분 중앙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공익적인 지방자치 실현되어야 국가에산 지방으로 할당, 자치단체장은 소신껏 일해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공익을 위하는 것이므로 사리사욕이나 권력을 채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며 전체 지역의 공익성 토대로 지방자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 송 : 보은에서도 큰 정치인을 키울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면?
◆ 김 : 30여년간 국회의원을 내지 못했고 타지역 출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도 그 동안 보은출신은 전혀 길러주지 못했다. 그래서 큰 인물이 없고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은전망이 좋다. 속리산이 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보은이 웅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또 보은에서 큰 인물을 배출할 수 있다. 천하의 기가 보은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기재된 바 있다. 그 책에는 동양의 시대가 오고 있는데 한반도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동양의 가장 거점이 보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최영, 충암김정, 벽암대사, 어윤중 등 큰 인물이 있었으나 한동안 침체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다. 파벌정치를 지양하고 큰 정치를 지향하고 이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는데 보은의 인사들이 노력해야 한다.
◇ 송 : 향후 정치에 입문할 계획은 있는가?
◆ 김 : 꿈은 버리지 않았는데 세월이 빨라 60이 넘어 회한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문제다. 30세도 안된 풋내기 시절에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것과 지금은 다르다. 긴 세월 동안 정치에 대해 연구했고 경륜도 쌓고 포부도 있고 무엇보다도 보은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랑스런 인물도 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수신제가 후 치국 평천하(修身齊家後 治國 平天下), 궁인모사(窮人謀事) 매사불성(每事不成)이라고 했다. 궁한 사람이 어떤 일을 모하면 매사에 이룩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나는 아직 수신제가 밖에 못했다. 역부족 느낀다.
◇ 송 : 21세기 한국 정치에 대한 예견을 해본다면?
◆ 김 : 한국 민주주의 꽃 봉우리가 피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여건이 안보상의 문제와 또 북측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남칠할 우려도 있으며 국민들의 지나친 낭비 등 경제위기에 봉착, 옛날로 후퇴할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9백여 차례의 외침을 받았다. 외침으로 국민성이 좋지 않게 만들어졌다.
잘된 사람 모함해서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군자의 나라, 예의를 숭상하고 군자다운 태도를 지녀 대인지국으로 표현하고 우러러 보았다. 우리에겐 한 사상을 지녀 적을 포용하고 도량이 크고 모든 만민 평등하게 생각 밝은 정치를 해왔다. 배달 겨레는 밝은 겨레, 단군은 밝은 임금이란 뜻으로 우리는 밝음을 추구했다. 정치위기,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 발전시킬 수 있는 밝은 정치를 추구한 국민성이 있기 때문에 21세기 한국의 정치 앞날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