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

어른들은 항상 피곤한 사람들 어른들만의 다른 세상 있는가?

1997-05-24     보은신문
「아버지는 저녁마다 계모임이 있다고 하면서 나가신다」「모처럼의 휴일이 되면 하루종일 집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재미없는 TV를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의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TV에서 방영되는 어른들의 세상을 보고 아이들은 어떠한 생각을 할 것인가. 과거 몇 년전만해도 아이들에게 장차 어른이 되어 무엇이 되겠냐고 물어보면 당연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의사, 변호사, 군인, 간호사 등등 무엇이든 하나쯤 되겠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 장차 무었을 하겠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온다.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게 된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쉽게 접할 수 있는 TV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이 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고 높은 사람들이 죄를 저지르고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또 한번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없어진다.

아버지와 TV를 같이 시청하다가 어른들의 부끄러운 장면이 나오면 “얘 너는 가서 공부나 해”라는 한마디로 외면해 버리기가 일쑤이다. 아이들이 이해 못하는 말들이 나와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이 따돌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른들의 세계는 저렇구나 하면서 이해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은 더욱 없다. 직장일을 마치고 각종 모임에 참석해 과로와 과음으로 피곤하신 아버지의 모습, 하루종일 논과 밭에 나가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항상 힘들어 보인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항상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내가 열심히 공부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해주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기가 그지없다.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이 힘들고 짜증내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 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어서 열심히 일해야 하고 돈 때문에 높은 사람들이 죄를 저지르고 이 때문에 어른들이 모여서 정치를 못하내, 경제가 어렵내, 장사가 안된다.는 등 하는 말들이 모두 이해되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한다.

이웃집 동권이는 학교만 갔다오면 학원으로 향한다. 속샘학원을 마치면 다시 태권도 학원으로 향하는 동권이의 모습은 힘들어 보인다. 최근 TV에서 사교육비가 많이들어 부모님들이 힘들다는 방송이 나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말고 학원에서 배우기 위한 돈이 많이 들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아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안된다. 왜냐하면 학원에서 배우기 위해 드는 돈을 모두 학교에서 가르치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눈에는 모든 것이 쉽게 보이는데 왜 어른들은 힘들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어른들만의 세계가 있나보죠」 이처럼 아이들이 생각하는 어른들의 세상은 또다른 세상이 있는 것마냥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망스러운 어른들의 세상을 아이들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통령, 국회의원, 변호사, 의사등등 아이들이 존경해야할 사람들이 죄를 저질러 벌을 받고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어른들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가정의 달 특별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