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 경영 별것인가

李觀模(본보 편집인)

1997-05-03     보은신문
보은읍 근처에 있는 음식점인 모가든은 보은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특별히 음식도 잘하는 것이 아닌데 언제나 손님으로 들끓고 있다. 군청을 비롯한 기관들의 회식 자리나 손님 접대를 종종 볼 수 있다. 어째서 보은읍에 있는 식당들, 그것도 보은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파리를 날리고 있고 객지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잘되고 있는가 의문이 생긴다. 모가든 주인 부부는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항상 웃는 모습으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고, 끝나면 「맛있게 드셨어요」를 잊지 않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 까지 나와 부부가 같이 가는 손님에게 정중히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읍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사람중 보은에서 수년간 돈을 벌어 객지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 온 사람이 있어 왜 다시 들어와냐고 물어 보니 「보은 같이 돈 벌기 좋은데가 어디 있느냐」며 오히려 이상한 빛으로 쳐다 보았다. 보은 대부분의 음식점은 손님이 음식 맛이 좀 짜다고 하면 「그럴 리가 있는가요 항상 똑같은 양념인데요」 라고 손님을 핀잔주는가 하면, 「다른 손님은 아무말 하지 않는데 괜히 야단이야」라고 쌍심지까지 돋군다고 한다. 또한 만약에 자기가 친한 사람이 다른 식당에 가서 큰일이라도 치르는 일이 알려지면 금방이라도 사생결단을 낼 것 같이 기분 나빠하는 일도 있다는 것.

객지에서 온 어떤 이는 식당 주방에 큰 글씨로 『손님이 짜다면 짜!』라고 써 붙이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교육에 최우선을 『손님은 왕이다』라고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항상 웃고 있으며 교만하지 않고 자신을 최대한 낮추려 하는데 장사가 않된다고 하면 이상한 일이라고 모식당 주인은 말하고 있다. 이 것을 마켓팅 용어로 『고객만족 경영』『감동경영』이라고 한다. 사실 보은 토박이들의 상점 운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당장 부부 각자가 하고 있는 계모임이나 사회 활동이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으며 시간적으로도 꾸준하고 일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또 과거 부모님들 관계로 인한 체면 유지에 남모르는 머리 싸움도 만만치 않다.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열심히 일만 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얽히고 설킨 인간사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 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가 장남 보다는 차남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했는데, 이는 부모의 유산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독립하려는 정신으로 살기 때문에 잘된 사람이 많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나도 동감하는 바인데 젊은 사람들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직업여하에 관계없이 좋게 보일 때가 있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랴.

이제부터 우리 보은신문도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 발굴에 게을리 하여서는 아니된다. 더구나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질 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하루에 얼마나 하고 있는지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일을 하지 않고 잡기와 노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한마디로 남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땀을 흘리지 않고 밥을 먹는 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속리산이라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먹거리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고장은 보은 밖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보은 사람들의 고객관리가 초보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전문적인 교육은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주위의 환경여건이 경쟁적인 서비스 정신이 강조 된다면 훨씬 빠른 시간에 고객 경영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보은 자체도 고객관리를 해야만 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사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시간은 불가피하게 빼앗긴다 하여도 필요 이상의 시간을 자기 직업에 관련한 곳에 쓰지 못하고 만다면 직업에 대한 포기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는 모씨는 출근시간이 일정치 않다. 어떨 때는 아예 문을 잠그고 점심 먹으러 가서 2시간여 가게를 비워두고 있다. 속리산의 한 음식점은 불성실한 해장국을 팔면서 고객들로부터 불평을 받아도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데 상관할 바가 아니다」며 묵살하기 일쑤이다.

보은 사람들이 토박이 상점과 식당을 당연히 이용하여야 하지만 『고객만족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약하기 때문에 외지인 식당을 찾고 있다. 손님이 불만을 표시하기 전에 손님의 불만을 받아 들여져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몸에 익어야만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하여는 필요 없는 모임이나 잡기를 하지 말고 일하는 즐거움에 대한 철학을 알아야 하고 남는 시간 즐길수 있는 아이템의 개발이 중요하다 하겠다. 열심히 일하고 남는 시간 자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뜻맞는 사람과의 달콤한 자리를 맛보아야 인생의 진정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남의 탓을 하지 말고 천주교의 캐치프래스 처럼 『내 탓이요』하면서 한번 보은을 방문한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든지 다시 보은을 찾아 올수 있는 묘안을 찾고, 남을 의식하고 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잘못된 관념을 바꿔야만 한다. 언젠가는 이루어 질 수 있겠지만 당겨질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인가?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