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소비는 어른들 책임

정신적 풍요 심어주는게 우선

1997-05-03     보은신문
어린 초등학생이나 중 고등학생들이 자기 물건에 대한 소중함이나 애착이 없어졌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교내에서 학용품이나 자전거, 카셋트 등 고가의 분실물들이 부지기수로 접수되고 있지만 이를 찾으러 오는 학생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예전과 비교 가장 많이 달라진 교내풍속이라는 것. 보은읍에 사는 박모씨는 「얼마전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걸고 버려져 있는 책가방이 있어 주위 학생에게 물어 봤더니 주인이 아니라고 해서 부득이 책가방을 뒤져 신원확인 후 학교로 연락해 돌려줬던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불과 얼마전만해도 교과서가 들어 있는 책가방을 분실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면서 요즈음 학생들이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 같다」며 통탄했다.

또 초등학교 1학년인 박모군은 아직 시내지리에 익숙치 않은데도 유명메이커 제품인 모회사지우개를 사기위해 멀리 떨어진 문방구점을 찾고 있었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 지우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유명 메이커 제품을 산다는 단순한 만족감을 더해 주는데 그치고 있다. 또 초등학교를 들어가 보면 어른을 그대로 모방한 어린이 패션모델을 찾기란 쉬운 일이다. 심지어는 귀고리에 앙증맞은 핸드백까지 갖춘 그야말로 공주와 왕자 찾기는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사치경쟁 열풍이 초등학생에게까지 미쳐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정말 우려 할 만한 대목이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의 얘기다. 「아이들이 학용품이 있는데도 모양이 예쁘거나 메이커 제품의 학용품을 사서 잔뜩 갖고 다니거나 또 쉽게 친구에게 나눠도 주고 잃어버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자녀의 과소비를 우려했다. 이처럼 어린시철부터 메이커병에 물들어 무조건 비싼 것을 최고로 치는 바람에 배금주의에 물들어 사치경쟁과 과소비풍조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부모 된 도리로 좋은 옷과 가방을 사주고 싶은 마음으로만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다. 주위의 공주병과 왕자병에 물들은 아이들을 보며 자식을 통해 자신의 지위나 부를 과시하고 싶은 학부모의 사치와 허영의 병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아이를 통해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려는 어른들의 사치와 허용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배금주의와 메이커병, 그리고 돈이면 된다는 의식에 길들여지게 해 가친관의 혼돈을 겪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성장기 어린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 있다면 좋은 학용품과 좋은 옷을 사입히는 것이 아닌 양질의 정신, 즉 근검 절약정신을 심어줘야 한다. 어린아이때부터 과소비를 줄이는 정신을 심어 줄 때만이 가정과 사회, 국가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우리보은의 자존심 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