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은 옛 이야기인가

1997-04-05     보은신문
농촌다방의 풍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복으로 곱게 치장한 마담이 웃음으로 반겨주고, 날 계란을 넣은 쌍화차와 유행가. 60, 70년대 서민들의 사랑방으로, 맞선과 각종 사교장소로 애용되던 다방이 급격이 줄거나 업소를 변경하고 있다. 80년대 말부터 등장한 티켓다방과 경쟁업종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급증한데다 커피자동판매기와 커피전문체인점 등이 속속 등장한 때문.

티켓다방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토바이나 소형차량을 이용해 배달을 가는 여종업원들의 노출 패션이 거리의 진풍경을 이뤄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나마도 주춤한 상태다. 출장매춘 등을 일삼는 티켓다방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된데다 보건증 검사 등 종업원들의 관리가 어려워졌고 시대적 경기의 바람을 가장 많이 타는 곳이 바로 이러한 다방들이기 때문에 최근 불경기가 겹치면서 휴업과 전업이 증가하는 등 다방풍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경기를 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린이와 신세대를 겨냥한 사업을 하라는 말이 있듯이 다방도 마찬가지. 보은지역에도 커피와 맥주를 함께 취급하는 업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페스트푸드 등 가벼운 식사를 제공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모두 20대의 신세대를 겨냥한 신종사업이다. 인테리어나 음악, 취급음식은 물론, 하다못해 그릇류까지 모두 20대의 취향에 맞췄다. 셀프서비스는 이미 낮설지 않은 새 풍속도이다.

다방을 운영했던 정모씨는 「여종업원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인건비가 너무 비싸 수지가 맞지 않아 티켓을 운영하지 않고는 도저히 흑자운영을 할 수 없다」며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40, 50대 중년의 낭만이 깃들어 있는 마담있는 다방은 이미 추억속으로 사라진지 오래.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가을추수가 끝나면 농촌지역의 수매대금을 모두 다방에 갖다 바친다고 할 정도로 티켓영업이 성황을 이뤘으나 2년새에 다방수가 20여개가 감소하는 등 티켓다방이 경기가 좋다는 얘기는 옛날얘기다.

7개나 되던 속리산의 다방은 모두 폐업을 하고 지금은 두 개만 남았다. 그나마도 아들이 술을 함께 취급하는 카페로 바꾼다는 것을 아버지가 낭만이 있는 다방이 그래도 속리산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궂이 말려 현재 2개만 남아있다. 관내에는 총 62개의 다방이 문을 열고 있는데 면 소재지에 있는 다방이 문을 닫으면서 이중 일부가 영업권을 보은읍으로 가지고 나와 현재 보은읍에서 33개가 영업을 하고 있고 이중 2개는 휴업상태다.

다방업자 모임인 대한다방업중앙회로 최근단체이름을 휴게실중앙회를 바꾸는 내용을 전관변경신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시대변천사를 대변하는 말이다. 시대변천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하게 겉모습을 바꿔온 다방, 한 시대의 사회문제로 논의 되던 티켓다방조차 오래된 옛얘기가 되는 날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