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긴대화
조성대(상명대 인문사회 과학대학장)
1997-03-29 보은신문
이 세상에는 대체로 두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말을 주로 하는 유형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말을 듣는 유형의 사람이다. 주로 말을 하는 유형의 사람은 일반적으로 『체』하거나 『척』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아는 체, 잘난척, 있는 체하는 사람이 대개 이 유형에 속하는 데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랑을 늘어놓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다. 또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을 좀 하려고 하면 「들을 필요가 없다」느니 또는「들으나 마나 뻔하다」느니 하면서 중도에 남의 말을 가로 막는다든다, 아니면 「그건 말이 안된다」느니 「그건 틀린 말이다」든가 하면서 다시 자기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은 일체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만 주로 들으면서 때로는 잔잔한 미소를 보내거나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동감을 표시함으로써 말하는 사람의 신명을 돋구어 준다. 일찌기 동양의 『제왕학』에서는 남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는 것이 제왕의 자질로 보았던 것이다. 널리 알리는 광고나 홍보보다 널리 듣는 경청과 흥청의 자세를 더욱 높이 평가하였던 것이다.
자기 자신의 주의주장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독선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도 있게 마련이므로 필요이상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도 있게 마련이므로 필요이상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대화의 자세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강조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을 무시하거나 경시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올바른 태도라고는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말도 하지않고 남의 이야기만 듣고 있는 것도 역시 진정한 대화의 자세는 아니다. 진정한 대화는 말하고 듣는 것이므로 말하고 듣는 것을 반반씩 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화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거나 설복시키려고 한다면 원만한 대화는 불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마저 원만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 서로 상대방의 의사와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를 가질 때 바람직한 대화도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인 동시에 대화의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화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즉 본심과 외심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 대화하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본심을 가지고 대화한다면 진심이 통하기 때문에 아울러 진정한 대화도 이루어질 수 있다. 진정한 대화는 개인간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나라간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개인과 개인간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질 때 원만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듯이 나라와 나라간에도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원만한 외교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아무리 서먹서먹한 사이라도 진심을 가지고 진정한 대화를 한다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이르기를 「말 한마디에 천냥 빗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진정한 대화는 다정한 말 한마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람은 대화이고, 대화는 삶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일어나는 일들이 인간세상에는 부지기수로 많이 있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은 대화가 부족한데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므로, 대화를 하다보면 의사소통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대화가 없는 곳에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있는 곳에 불신과 대립이 생기는 것이므로, 대화를 많이 하면 오해도 생기지 않고 불신이나 대립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큰 오해라도 진정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오해는 저절로 풀리게 되고 따라서 그 전보다 더욱 돈독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대화를 통해서만이 엇갈린 의사와 빗나간 감정을 이해와 타협으로 되돌릴 수 있고, 나누어진 마음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비록 의견이 다르고 주장이 서로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찾으려는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이해와 신뢰가 생기게 되는 법이다.
그러기에 「대화는 마음의 즐거운 향연」 이라고 『호메로스』는 말하였으며, 『에머슨』은 「대화는 사상의 출구인 동시에 성품의 출구」라고 했다. 「현명하고 세련되고 온화한 대화는 문화인의 꽃」이라고 평한 사람도 있다. 우리 모두 본심과 진심을 가지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며 살아야 하겠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