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리 대장간 사라질 위기

집 비워줘야 하나 갈 곳 없어

2002-12-07     송진선
뜨거운 열로 쇠를 녹이고 다시 풀무질로 강해지는 쇠. 그 쇠로 호미가 만들어지고, 낫이 만들어지고, 괭이가 만들어지는 대장간.시대의 흐름으로 대량 생산되는 제품으로 인해 대장간은 이제 더 이상 시세가 없다. 그래도 보은읍 삼산리 59번지 보은에 딱 한 곳 남다리 대장간은 한 대장장이의 장인정신으로 그 맥이 유지되었으나 이제는 50년 역사의 남다리 대장간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1990년4월7일자 12호 1면 보도)

이곳의 주인장인 대장장이 설용술(69)씨는 남의 소유로 되어 있는 5평 남짓한 대장간 터를 내년 3월까지 비워줘야 하지만 가난한 그에게는 다른 땅을 마련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대장장이 설용술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돈이 되든 안되든 문을 열어놓고 한달 수입이 10만원, 20만원이 고작이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고 이렇게 해서라도 얻은 수입으로 전기세 등 세금을 내고, 반찬비도 벌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어렵게 된 것.

이 뿐만 아니라 호미 등을 구입하기 위해 남다리 대장간을 찾는 50년지기 단골이나 시중에서 구입한 제품은 금방 부러져 일부러 필요한 도구를 주문 구입했던 건설현장의 사람들도 당장 아쉽게 됐다. 8살때인 51년부터 안씨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시작해 기술을 숙련해 자신이 경영하는 남다리 대장간을 열어 생활고까지 겪으면서 장인정신으로 50년간 대장간을 지켜온 그에게 남은 것은 가난뿐이다.

3, 4명이 풀무질을 했던 그 자리에는 모터가 대신 숯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화덕과 쇠를 두드리는 받침인 머리둑은 옛날 그대로다. 신기하고 진귀한 이러한 국보급 보물, 설용술씨가 내려치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는 그 기술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설용술씨는 “당장 그만둬도 되지만 아직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한국의 맥이 중단되는 것이 아쉬워 힘에 부쳐 정말 손을 놓을 때까지는 독지가가 땅만 제공하면 맥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