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묘지 病和郡 만들려나
이관모(본보 편집인)
1997-03-22 보은신문
대전에서 회인 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묘지의 심각한 문제는 굳이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심각함은 금방 느낄 수 있다. 어디서나 과시할 작정으로 호화스럽게 꾸미고 넓게 자리잡고 있는 묘지들의 모습은 너도나도 「우리네 조상이 최고」라는 무언의 시위와도 같다. 누구나 돌아가신 조상들의 묘지를 남이 보아도 좋게 꾸미고 싶지 않은 후손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한 누구도 족보를 그럴싸하게 꾸미고 싶지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비행기에서 바라 본 우리들의 땅은 머리에 기생충이 붙어 뻥 뚫린 모습을 어느 외국인에게도 합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다.
님비현상의 주민의식
수년전 부터 공설묘지와 공원묘지를 건립하기 위한 작업이 진해오디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좌절하고 말았다. 물론 관계기관의 무성의도 있었겠지만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현실적인 책임도 있다. 사실 백년전만 하여도 족보를 가지고 있거나 양반 행세를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속해 있었으나 요즘 족보나 옛 선조가 양반이나 벼슬을 하지 않은 집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이 같은 과거사는 모두가 감춰지고 일단 자신의 조상은 겉으로만 깨끗한 정통 양반 흉내를 내는데 급급하여 보기 좋은데에다 멋진 묘지를 조성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더구나 「내 마을과 나의 조상이 묻혀 있는 주변에는 공동묘지는 있을 수 없다」라고 심각한 님비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등소평의 사망
얼마전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등소평이 사망하고서 우리에게 주는 묘한 뉘앙스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똑같은 동양권이면서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였는데 화장을 하고 유언에 따라 외국 조문객을 받지 아니하며 간소하게 치뤄졌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틀린 점일게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례전통은 어디에 기초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넓게 차지하는 묘지와 호화스럽게 단장하는 묘지주위의 모습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우리 보다 더 따져야 할 중국에서 조자 최고 지도자가 솔선수범하여 유언으로 장례를 간소하게 치루고 화장하여 생전에 보지 못한 홍콩반환을 죽어서 보기 위하여 홍콩 앞바다에 유골을 뿌리게 한은 우리에게 묘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경노사상
「살아 있을 때 잘하지, 죽어서 잘하면 뭐하나?」라는 말을 곧 잘 들을 수 있다. 부모 모시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인간적으로도 평가 받을 수 없다. 과거 대가족제도에서 부모 모시기는 의당 자식의 도리로 여겨 왔으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부모 모시기를 노골적으로 꺼리고 있다. 특히 며느리들은 결혼전서부터 시부모 모시는 일이 문제가 되어 파혼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만약 부모 모시기를 꺼린다면 우리들의 자식대에서는 더욱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상상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노부모를 모시는 일과 우리 인생은 땔 수 없는 일임은 물론이고, 生者病死는 우리 인간이 겪어야 할 필수적인 조건임을 필히 알아야할 것이다.
꼭 해야만 할 일
점점 황폐해져 가는 우리 산하가 묘지로 인해 피해가 확산되어 가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가의 숙제가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할 시기이다. 이제 더 물러설 때도 없다는 긴박감이 있다. 소위 출세하고 잘된 사람들의 조상 모시기는 묘지와 비석등 호화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변화를 주도할 사람은 이런 「죽은 조상 호화스럽게 모시기」운동부터 막아야 한다.
돌아가신 조상을 돌보는 일은 당연히 후손들의 몫이지만 좁은 땅덩어리의 묘지토목공사는 그칠줄 모르고 있다. 어째서 공동묘지와 공원묘지 납골당 등을 만드는 일에 주저해야만 하겠는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유교의 대국인 중국의 최고지도자도 납골가루를 뿌리는 일로 장례를 맞추었고, 이웃 일본과 대만 역시 이미 오래전에 장례 절차가 간소화되어있는 시점에서 이 사업이 중단과 포기를 계속해야하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한 행정낭비와 시간낭비는 뒤로가는 자치단체의 모습이 아닌가. 지역간의 님비현상을 당국은 과감히 돌파해야 할 것이고, 고위층에서부터 바른 묘지문화를 세워야 하며 더 늦기전에 법률에 대한 개정이 현실에 맞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전 국토가 묘지화되고 있는 추세속에서 지금 우리 보은이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