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그리고 茶

강석호(현대자동차 보은영업소과장)

1997-03-08     보은신문
직업 성격상 매일 사람을 많이 만나야하는 업을 갖고 있는데, 하루도 거르지않고 접해야 하는 세가지가 있으니 곧, 술, 담배, 차이다. 어떻게 보면 말없는 언어일 수도 있겠다. 이제 가깝게 있으면서 무심코 지나는 道, 儀, 禮를 찾아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먼저 한시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애연가들의 기호품인 담배는 원래 우리나라에 전래되길 17세기초라 보고 있는데, 그에 관계없이 애연가들은 조세 수입에 일조를 하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천원짜리 담배가 세금만 664원이니 계산을 각자 해보시고…

어쨋든 담배에는 煙儀가 있는데, 선조들께서 하신 말씀을 빌려보자. 정조때 박학 『이덕무』는 소년, 부인, 병자는 흡연치말라하였고, 『성호사설』의 이익은 5盆 10害라 하여, 5익은 가래와 목에 낄때, 비위가 거슬릴때, 소화되지 않을 때, 한기를 막을 때라 하였고, 10해란 정신을 해하게 하고, 귀와 눈을 해치며, 머리칼을 희게하고, 재물을 소묘하고 등등 열거하였다. 또한 연암 박지원도 입냄새, 발냄새 옛날의 망건을 썼을때 머리 냄새를 합해 삼액이라 하여 불결한 것으로 취급하였다.

과연 담배는 옛날이나 요즘에 와서도 달갑지 않은 기호품이며 청결치 못한 것은 분명하다. 가는 곳마다 금연구역이 수없이 많고 벌금을 내는 사무실 또한 그렇다. 하기야 얼마전 신문을 보니 아파트에 반딧불족이 담배를 피우다 실족사한 일도 있으니 옛 어른들의 길다란 담뱃대의 위풍은 사라지고 가정에서의 부권도 함께 떨어졌다면 역설일까? 얘연가들이여! 이제 우리 생각하며 담배의 儀를 지키고 조심스럽게 우리의 기호품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공동생활에서 눈치 보지않으리라 확신한다.

다음은 술에 대해 알아보면 술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나 『바카스』신으로 이야기되듯이 장구한 세월만큼 이름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각 나라별, 지역별로 용도도 헤아릴 수 없다. 다만 공통되는 것은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것일뿐이다. 생략하고 술은 역시 적당히 음미하여 마시고 그속에 풍류가 스며있고 철학이 있다면 멋이 있을 것이며 禮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면 어떨지… 이조시대 황희정승의 술잔에다 곡주를 가득 채우고 휘황찬 달빛 아래에서 중국의 시성 이태백과 마주 앉아 포석정에 잔을 띄우며 시 한수를 할 수 있는 여유와 풍류가 있다면 더이상 무릉도원이 필요치않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임어당 선생의 ( )道評을 인용하면 「딱딱한 자리에선 천천히 조금씩 마시고, 낭만적인 자리엔 술이 제일이며, 병자는 주량을 적게 하고, 울화 술은 ( )醉가 될테니 조심하고 봄술은 뜰에서, 여름엔 들에서 밤엔 달밑에서 마셔야 제일이다」하였다. 이렇듯 술은 다루기 힘든 음식이며 그 음미하는 방법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가령 시가 넘어서 술을 시작하고 닭이 울기전에 자리를 끝맺으라 하기도 하고 첫잔은 세번에 나누어서 마신다든지 잔을 따른 후 상대방이 잔을 놓기 전 술병을 내려 놓지말며 안주를 먹은 후에 잔을 채운다 등등… 세간에 알고 있는 나른대로 주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실천이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일제 시대때의 암울한 시절 문인들의 술에 대한 애착은 대단한 듯하다. 물론 시대적 상황도 그러했지만 대표적으로 자칭 국보라 칭했다는 양주동박사나 변영로선생, 염상섭선생. 이런 대문인들도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고 글로 남겨 놓았으니 하물며 평범한 이로써는 술을 다스리기가 어려울 뿐이다. 여하튼 술이란 서민의 삶속에 진하게 스며있고 애환과 사랑을 함께 한다. 가령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에서도 술병이 나오고 도연명의 『귀거래사』라든지 예이츠의 『술노래』등 이 모든것이 우리의 삶 그자체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잔의 술이라도 생각하며 마주하고, 이 각박한 세상을 울화술로 취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에 대해 알아보면 신라시대에 승려 중심으로 엽차를 복용하다 고려시대에 와서 분말로 만들어 성행하였다하는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에 대해 이야기 하면 茶山 정약용선생과 草衣 선사, 추사 선생을 연상한다. 아마 기록에 구체적으로 남아있고 이분들이 차에 대해 지극했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우리가 마시는 차의 개념과는 판이한 듯하다. 당시는 소수의 사람들만 차를 대하고 일반 대중은 마시지 않아 지금에 와서도 일반 가정에서는 차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다만 요즘들어 사회단체에서 茶道에 대해 강의도 해서 점차 일반화되니 다행이다.

다시 돌아가 草衣선사가 이야기하는 차채취법을 보면 첫째, 청명한 밤 이슬이 흠뻑 젖었을 때 가장 좋고 둘째, 맑은 낮에 채취하는 것이며 제일 못한것은 비 오는 날 수확하는 것이라했고 차를 만드는 법으로 냉하고 습한 것을 피하고 따뜻하게 하고 대나무 껍질에 싸서 그릇에 담아 2~3일에 한번식 불을 쬐며 온도는 체온 정도를 넘어선 안된다고 하였다. 아울러 차를 마시는 것도 옛 선조들은 음식이 나오기전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식사 후 후식이 되었으니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

어쨋든 위에서 본듯이 지극히 일부이고 미비하지만 이 세가지 모두 생활에 있어서 서로의 행동 언어라 생각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다도, 주례, 煙儀라 하겠다. 끝으로 애주가, 애연가, 차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은 우리 경제에 밑거름이 된다는 자부심도 나의 건강과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합시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