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가족 여러분!

김남수(김남수한의원 원장)

1997-03-01     보은신문
"교육가족 여러분! 다시 몽당연필에 깍지를 끼워야 할 때입니다" 서울시교육감이 선언하고 나서 잔잔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실은 교육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쌓여져 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와 최고 책임자가 실천의지를 표명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히 새로운 시도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어린 학생에게 수표를 주어 쇼핑하게 하는가 하면 외제 상표의 옷과 신발을 신지 못하면 따돌림 받고, 스승의 매가 법에 저촉이 되는가 안되는가 하는 절박한 운명에 처해 있는 교육현실 앞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가르쳐야 할 『개미마을의 공통체 정신』을 다시 꺼낸 것은 모두들 깜짝 놀랄만 하다.

사실 보은의 교육환경도 열악하기는 전국최하위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과거 허리띠 졸라매고 살던 60년대 이전의 우리네 부모들은 『자린고비 정신』을 자연스레 부모로부터 물려 받아 절약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배우고 자랐으나 요즘은 모든 물자가 풍족해 지고 삶의 질을 따지고 사는 세상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경제의 기본원리인 절약정신이 희미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예전, 일기를 꼼꼼히 쓰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아끼고 아껴 저축하던 어린이들이한 절약정신이 희미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예전, 일기를 꼼꼼히 쓰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아끼고 아껴 저축하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이러한 절약과 계획성있는 경제생활을 가르쳐 주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참했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 줄 수 없다는 경박관념이 억누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적어도 자신의 가족들 만큼은 고생스런 미래를 갖지 않게 하기 위함인가.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인하여 경제가 발전한 것은 틀림이 없으나, 그 외의 것은 경제를 못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중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2세들의 교육에 있어서 앞으로 현재와 같은 교육형태가 지속된다면 우리가정은 물론이고 국가의 장래도 위태롭게 된다는 사실이다. 강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서 부터 체계적인 가정교육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좋은 교훈은 부모의 모범적인 생활에서 부터 교육이 시작 된다고 하겠다. 무절제하고, 계획성 없이 삶을 사는 부모 밑에서 그의 자식은 제대로된 인간이 될 수 없다. 또한 선생님들의 무절제한 소비문화가 바뀔 수 없다면 이것도 좋은 학생이 나올 수 없다는 이론이다. 과외 교육비의 과다지출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 교사들이 바라는 촌지의 습관은 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무한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어느 사회에 가서 일을 한다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하는데 쉽게만 사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일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도 남음이 있는 사실이다. 사회의 분위기가 힘든 일을 하기보다는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있어 기성세대의 주의 촉구가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라나는 자식들에게 모범적인 삶을 보여 준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형편에서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지출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은 아이들을 위하여도 현실을 적응하기보다는 요령을 배우게 하는 결과라는 전문학자들의 주장이고 보면 기성세대의 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시기가 절약정신을 가르치는데 최적이 될 수 있다. 나라 안에서는 부도 여파로 인한 경제의 혼란기를 맞고 있으며 노동법의 개정을 두고 어지럽게 펼쳐지는 이 사회는 만불의 국민소득이 자칫 멕시코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나라 밖에서는 금융시장 개방으로 인한 한국시장 공략이 시작되었다. 차세대를 위해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않으면 앞으로 맞이하는 21세기의 3등국가 전락은 뻔한 수순이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2세교육이라는 명제 앞에 서있다면 당연지사 모범적인 경제생활에 익숙해 짐으로써 자식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선생님들도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학생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지역사회의 거울이라는 투명한 스승의 자세가 필요하다. 과외교육비를 줄이고, 『개미마을의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하여야만하겠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