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몸으로 가르쳐야
김대식(한국전례연구원 전문위원)
1997-02-15 보은신문
공책을 준비할 형편이 못되어 갱지 전지를 사서 32절지로 만들어 바늘로 꿰매 대나무로 만든 자를 사용하여 줄을 그어 노트로 사용하였다. 말이 노트이지 잡기장으로서 과목의 구분이 안된 글자 그대로 여러 교과를 함께 사용하느 s종합장이었다. 연필심이 흐려서 글씨를 쓸때마다 연신 침을 묻혀서 썼는가 하면, 어쩌다가 연필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면 연필심이 여러 동강이 나서 연필 한 자루를 몽땅 깎아 버리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연필을 쓰다보면 더 이상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크기가 될 때가 있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몽당연필』이다. 이런 몽당연필을 사용하기 위해선 끼워 쓸 수 있는 깍지가 필요하였고, 깍지는 붓 뚜껑이나 볼펜이 나온 eln에는 불펜 깍지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다시 옛날로 돌아 갈 수는 없다. 다만 예날의 그 정신만은 본받아야 한다. 말하자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전기 한등』끄기, 『수돗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종이 한 장』아껴쓰기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전기만 하더라도 전등의 숫자를 불요불급한 것만은 제외하고 줄여 나가는 것도 절전의 한 방법이 된다. 수돗물만 해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자는 것이다. 수세식 변기에는 벽돌 한 장의 물탱크에 넣어 두면 그만큼 절수(節水)가 된다. 절수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누수(漏水)현상을 막는 것이다. 수도 꼭지가 고장나면 즉시 교체하고 매월 수도 계량기 점검시 사용량보다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날때는 누수가 아닌가를 살펴 보아야 한다.
『종이 한 장』이 뭐가 그리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한 장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40∼50년생의 나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직장에서는 이면지(裏面紙)의 활용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외제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풍토는 없어야 한다. 부모 자신이 사치를 일삼으면서 자녀에게 검소함을 가르치는 것이나, 교사 자신이 소비절약에 무관심하면서 학생들에게 근검절약을 말하는 것이나, 공직자 자신은 솔선수범함이 없이 국민이 『경제살리기 운동』에 앞장 서기를 바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모 자신이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교사 자신이 소비절약에 앞장서고, 공직자 자신이 경제살리기 운동에 솔선수범하면 자녀냐 학생 그리고 국민 모두는 기꺼이 동참하게 될 것 아닌가. 그러니까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공직자가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은 말이 아니요 행동이다. 말하자면 후한서(後漢書)의 송건열전에 나오는 『이신교자종(以身敎者從), 이언교자송(以言敎者訟)』이 곧, 몸으로 가르치니 따르고, 말로 가르치니 반항하네의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아낀 만큼 절약되는 법이다. 물건이 필요하면 미리 계획을 세워서 물건을 구입하는 계획구매가 필요하다. 그것은 이른바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충동구매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에도 물건을 꼼꼼히 챙겨서 비교해 보고서 사는 알뜰구매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물건값을 지불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여 꼭 필요한 것인가를 결정하는 만족구매가 이루어 질 때 후회(後悔)하지 않는 소비생활, 나아가서 소비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래전 얘기지만 일본의 나까소네 총리는 외국상품을 사도록 하기 위해서 『자기가 외국상품을 사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일본국민은 동요됨이 없이 오히려 외국상품의 불매운동을 계속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던져 준 일화이다. 지난해 한해동안 무역적자가 200억달러를 넘었고, 순 외채도 300억달러를 넘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같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 모두는 소비절약과 저축증대 그리고 국산품 애용에 앞장 서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요 선진국가의 꿈을 앞당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