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백그라운드 출향인 관리 숙제

중앙부처에 누가 있는지 조차 파악 안돼

2002-11-23     송진선
3 출향인사 관리

보은군은 한 때 인구 12만명 이상을 자랑하고 남부 3군 중의 중심지역이었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지금은 주민등록상 인구가 4만1000명 남짓하고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4만명이나 될까. 경영의 합리화를 따져 농협도 합병하고 은행도 합병하고 대기업도 퇴출하고 합병하는 시대에 인구 4만명에 불과한 보은군이 타 지역과 합병을 하지 않고 단독으로 군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정말 심각하다.

면적, 인구 등의 조건에 의해 교부되고 있는 지방 교부세도 인구가 줄어드니까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 있다. 재정이 열악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이런 고향이지만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하면서 아끼고 사랑하는 출향인들이 우리에겐 든든한 백이 된다. 그들의 마음속에 고향은 편안하고 정겨움이 묻어나고 누구에게나 이웃 같은 정이 살아있는 곳으로 남아있다.

비록 객지에서 생활하지만 그들은 늘 고향 보은군이 발전해서 그곳에서 살고 있는 고향 주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돋아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고향에 남아있는 우리들은 출향인들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겨두고 그들의 말은 곧 참견하는 것이고 우리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인맥조차도 관리가 되지 않는다. 아니 파악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보은군에 천군만마의 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들이 관리가 되면 국비 확보시 여러 경로를 통하지 않더라도 지름길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담당자가 우리 지역 출향인이 아니더라도 그 출향인을 통해 해당 부서 담당자를 만나면 아마 촌 공무원이 보다 쉽게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 광경은 흔히 보은군청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보은군청에 근무하는 아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일 처리가 한 결 부드럽고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 어느 과에 누가 있는데 고향은 어디이고 현재 고향에는 누가 살고 있고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누구와 친한지 등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수시로 안부전화도 넣고 보은군수 명의로 상반기, 하반기, 명절 때 현재 보은군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 조언을 부탁한다, 등등의 내용을 담은 안부편지를 보내 그들이 고향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부처에 우리 지역 출신 공무원이 근무하는지 파악해 이들을 초청, 지역 현안을 상의하는 모임을 가져야 한다. 아직 이들 조차도 누가 어느 부처에 근무하는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보은군이 이들이 모임을 갖도록 주선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충북도에 근무하는 보은 출신 공무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출향인들에게 우리가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그들의 고향 사랑도 깊어질 수 있다. 재경 군민회, 재부 군민회 재울산 향우회, 재대구, 재대전, 재포항, 재청주 등 각 지역별 향우회에서 고향사람들과 만나 추억을 되새기면서 향수병을 달래고 있는 출향인들에게 고향은 아마도 명절 때 성묘하러 가거나 추석때 벌초하러 한 번 가면 그만인 곳으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보은군에서 2년에 한 번씩 출향인사의 날이라고 운영하고 있고 매년 속리축전, 군민체전에도 그들을 초청하지만 쉽게 고향 방문 길에 오르지 않는다.

지역을 위해 끼여들 여지가 없는 것을 파악한 그들은 스스로 고향을 위한 일에 점점 방관자적 입장을 가지게 된다. 일년에 한 번, 아니면 몇 년만에 한 번씩 그들의 정기 모임에 보은군수가 얼굴 한 번 내비치고 엄청나게 배려하는 것처럼 생색내고 애향심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인구가 줄어들 대로 줄어들고 있고 경제는 침체될 대로 침체돼 살기가 팍팍해진 우리 보은군의 든든한 백인 출향인들을 보은군 발전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보은군의 현재를 걱정하고 보은군의 미래를 설계할 때 지역의 막힌 숨통도 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