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줄이자

2002-11-09     송진선
1년 열두 달 행사가 없는 달이 있을까. 1주일 중 행사가 없는 주일이 얼마나 될까. 크고 작은 행사가 한달 중 매 주마다 계획되어 있을 때는 선거직이나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의 선거운동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축사는 또 어떤가 군수가 행사에 참석해야만 그 대회가 빛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사를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축사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행사장의 내빈으로 참석한 사람들의 격을 보고 또 초청한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격려사, 축사 등의 성격으로 인사말을 부탁한다.

그러나 보통 기념식을 10시에 시작하면 1시간 가까이를 대회사에서부터 격려사, 축사로 이어지는 잘난 사람들의 말 잔치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사의 내용은 거의가 거기서 거기다. 행사 개최를 축하고 성황리에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로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단지 그것을 어느 기관장이 하고 또 다른 기관장이 하고 그 다음 기관장이 하는 순서의 차이밖에는 없다.

축사나 격려사 등을 듣기 위해 행사에 참석한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그것을 경청해야 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는 자세와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동 자세로 경청해야 한다. 행사가 빛나기 위해서는 누가 꼭 참석해서 어떤 축사를 한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에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참석했는가, 또 참석한 주민들이 좋은 마음을 갖고 행사에 충실하는가에 달려있다.

운동경기를 하는데 경기를 열심히 하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대회면 등산시 주의사항만 인지시키는 내용만 전달하고 정상코스를 밟아 완주하는 것이 목적이다. 음악회면 지휘자가 악기소리를 어떻게 유도하는가,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 만든 화음, 성악가의 고운 소리에 심취해서 감상하면 그만이다. 거기에 이사람, 저사람이 하는 축사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고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행사를 할 때 대회사, 격려사, 축사 등 잘 난 사람(?)들의 몫으로 정해진 것은 행사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고, 재료보다는 겉 포장재의 화려함만 따지는 허세적 행위이다. 축사를 줄이자. 축사진행으로 인해 아깝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보다 행사에 충실하자. 굳이 축사를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소개해 목례나 가볍게 한마디 코멘트 할 수 있는 인사를 시키는 것으로도 대신할 수 있다.

어차피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반 주민이든, 기관장이든, 단체장이든 행사가 성황을 이뤄 목적한 바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기 때문이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