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굿 사람이 하늘이니-사람섬김

동학 농민혁명 정신

2002-11-02     송진선
하층 민중들이 탐관오리의 폭정과 외세에 온몸으로 항거하다 장렬히 최후를 맞았던 역사의 땅 보은에서 그들의 넋을 기리는 굿판이 펼쳐졌다. 문화마당 아사달과 동학 계승 사업회, 충북 남부 민예총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동학굿은 109년전의 그날을 되살려 25일부터 26일까지 뱃들공원과 북실, 장안에서 펼쳐 전적지의 장엄함까지 느껴졌다.

동학농민군의 한을 이어받겠다는 뜻에서 솟대를, 동학혁명의 취지를 지키자는 뜻에서 장승을, 동학농민군의 외침과 희망을 외부에 떨치겠다는 뜻에서 깃발을 만들었다. 이번 동학굿은 갑작스런 기온 하강으로 행사진행에 차질을 빚고 참가자들도 숫자적으로는 적었지만 그나마 학교간 공동축제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참여가 유도되었다.

어린이들이 솟대도 만들고 보은 동학과 관련된 글과 그림을 직접 만들고 판화로 찍어보게 하는 체험 시간도 가지면서 동학혁명의 정신 및 그날의 처절하고 절박함을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 됐다.
여기에 아동 마당극 금강산 호랑이 공연과 중요무형문화재인 택견 체험시간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동학의 과거를 오늘로 이어와 미래로 승화시키다는 명제를 갖고 과거인 북실 기림굿에서는 동학 민중의 넋이여 북실 진달래로 피어나소서라는 주제로 넋춤을 추며 원혼을 달래고 솟대를 세웠다.

동학의 현재인 동학 거리굿과 재현굿은 죽어간 동학군의 원혼을 달래서 현재에 이르도록 강신(降神)하고, 그 정신과 현재의 사람들이 함께 판을 벌이고 죽창춤과 의식춤을 추며 대동굿을 열었다.
동학의 미래를 담은 장안에서는 진달래로 피어나는 동학 민중의 염원을 담은 솟대와 장승으로 세워 동학 민중의 고결한 뜻을 기리고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솟대 장승 굿을 벌였다.

행사장 곳곳에서 나부끼는 걸개 글씨와 그림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화와 상생이라는 동학 농민혁명의 의미를 가슴으로 깨닫게 했다. 연세대 오문환 교수가 ‘사람이 하늘이니 사람섬김, 서로살림’을 주제로 동학의 사회이념을 강의하고 수운 최재우의 ‘칼노래-시호시호 이내시호’를 본뜬 다양한 몸결풀이(퍼포먼스)도 볼거리였다. 보은집회와 북접 기포령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은동학의 미래정신을 찾아보고 동학농민혁명 110주년 계승 행사계획과 쌀 우리의 화두로 삼을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접주회의도 가졌다.

한편 동학굿 주관단체는 11월23일 공주 우금티 추모 예술제를 찾는 동학 역사기행을 가질 예정이다. 98년 솟대 장승굿 ‘하늘이 열리고 이땅에 지킴이가 서다’는 주제로 동학굿을 시작한 이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관단체의 관심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게 남은 가운데 앞으로 보은의 대표적인 축제로 승화가 요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