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마무리 하는 꽃

꽃속리산 야생화〈10〉구절초

2002-10-05     보은신문
누구나 제 안에 바다 하나씩을 품고 삽니다. 한 때는 등푸른 꿈들이 세찬 물비늘을 일으키며 뒤척이던 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그 바다 기슭 어디쯤에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일에 있어 만만한 건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안 그 날부터 제 안의 바다는 거센 파도의 연속이고, 슬프다든지 외롭다는 말로 삶을 서툴게 수식하는 일 역시 두려운 일 중 하나가 됩니다. 삶이란 거역하기 힘든 무엇이 있음을 순간순간 확인하는 일에 다름아닙니다. 갈수록 윤기를 잃고 핼쓱해지는 삶의 낱장에 흐린 도장을 찍어넘기는 일상은 허허롭기 짝이 없는 작업입니다.

그런 삶 속에서 두어 달, 야생화 이야기로 짧은 행복을 맛보았던 순간들과도 이제 작별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수 많은 이름모를 꽃들이 이미 결실을 맺고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지상의 별로 남아 하늘거리는 꽃이 있습니다. 국화과로 높은 지대나 능선에 피는 구절초입니다.

키는 50∼100센티로 자라며 옆으로 길게 번식합니다. 꽃은 9월에서 11월까지 흰색 또는 연보라색으로 핍니다. 노란 중심화 가장자리로 여러 장의 꽃이파리가 있습니다. 꽃이파리 모양은 혀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꽃들을 "설상화"라 부릅니다. 가을의 싸늘한 기운을 노랗게 견디는 구절초 같이 깊어가는 가을, 소박한 이야기 하나 가슴에 품고 이 가을을 건너고 싶습니다.

〈제공 : 속리산 관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