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선물, 쑥부쟁이

속리산 야생화 <9> 쑥부쟁이

2002-09-28     보은신문
가을의 말간 기운이 습기 가득한 가슴으로 파고드는 주말이면 한 무더기 들꽃향이 그리워집니다. 마음 속 습기를 말리며 1시간 남짓 속리산으로 차를 달려가는 길은 낮은 음성의 피아노곡을 듣거나 아무 것도 듣지 않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혼자가 되는 일이 드문 현대생활에 있어 온전한 혼자만의 공간에서 모처럼의 사색이 가능해지는 까닭입니다.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해서 그 누구의 틈입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에고이스트가 되고 맙니다.

"오늘은 어떤 탐방객을 만나 어떤 이야기로 자연생태여행을 떠날까?"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이러한 종류의 고민마저 고마움과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가끔은 제 스스로를 들여다 보며 반문과 고뇌를 해 보기도 하지만 거르지 않고 자연과 만나고 그들 언어에 귀 기울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런 제게 고만고만한 기쁨이 있어 아름다운 쑥부쟁이는 가을의 선물입니다.

쑥부쟁이는 7월에서 10월 사이에 연한 자주색으로 꽃이 피는 30∼100센티 정도의 국화과 꽃입니다. 이 꽃 역시 꽃잎파리가 혀 모양이라서 설상화라 부릅니다. 우리 나라 왠만한 들녘에서는 대부분 볼 수 있는 아주 친근한 꽃이지요. 때가 되면 그에 걸맞는 들꽃을 인간세상에 선물하는 자연처럼 저 또한 조화롭고 넘치지 않는 친근함을 탐방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소박함으로 남고 싶습니다.

〈제공 : 속리산 관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