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자 주민 1명 살해

"선거 안도와줬다 불만" 7명 중경상

2002-09-28     김인호
기초의원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같은 마을 주민 1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된 구인리는 주민 80명중 40명이 같은 성씨를 가진 집성촌으로 범행동기로 미뤄볼 때 전형적으로 혈연·지연에 얽매인 선거풍토상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는 데 이목을 끈다.

또 사기폭력 전과 경력자가 선거에 출마해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비난으로 앞으로 선거 입후보자들의 자질론에 더욱 관심이 기울여질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이모(63)씨는 추석 연휴 이틀전인 지난 18일 오후 7시10분경 술에 취해 외속리면 구인리 이모(65)씨 집에 찾아가 지난 선거에서 군의원으로 출마한 자신을 돕지 않고 방해했다며 이씨를 흉기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고 이씨의 부인 김모(62)씨를 중태에 빠뜨렸다.

이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문중일과 선거로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같은 마을 주민들을 10분여 간격으로 무려 4집을 훑고 다니며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이 크게 다쳤다. 이씨는 범행 후 마지막 범행장소 바로 옆 폐가 앞에 마을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범행 한시간여 만에 긴급 체포됐다.

이씨는 경찰조사 결과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외속리면 기초의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같은 마을 문중사람들이 자신을 도와 주지 않은 것에 대하여 앙심을 품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구인리 마을 노인회원들이 동해안 일원으로 관광을 다녀온 후 결산보고 과정에서의 감정과 문중 땅을 경지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오던 중 이날 술에 취한 상태서 범행을 결심,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때 승려 생활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오랫동안 구인리를 등진 뒤 2∼3년 전 환속, 구인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 왔으나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고 한다. 그는 평상시 문중 땅에 절을 짓자거나 자신의 말 한마디면 큰절에서도 자신의 말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등의 말을 자주 인용해 주민들과 갈등이 잦았고 평소 그의 말에 신빙성을 의심했다는 주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씨는 주변 문중 사람들이 군의원 선거에서 자신을 밀어줄 것이라 자신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선거준비를 했으나 결과가 낙선으로 나타나자 자신을 외면하고 도와주지 않은 주민들에게 적개심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3명이 입후보한 지난 외속리면 군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수 1072표 중 13.8%인 148표를 얻어 마지막 순위를 기록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이씨와는 친인척 관계였다. 주민은 “전과가 있는 자가 어떻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지 한심스럽다" 며 "사기 등의 범죄 경력자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보은서는 지난 24일 구인리 사건 현장에서 한 시간동안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씨는 이날 긴장하면서도 간혹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 비교적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본 사건 당사자 가족 및 주민은 마주칠 때마다 수시로 격정을 이기지 못해 이씨를 향해 울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