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보 조류 서식지로 부상

2002-09-07     김인호
보청천내 이평보가 텃새들의 서식지로 떠오르고 있다. 탐조코스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어 보인다. 소공원 옆의 이평보에서는 지금은 텃세로 학계에서 인정받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류와 백로, 흰색의 목부분을 제외한 몸전체의 깃이 재색 빛을 띠는 왜가리로 추정되는 조류들이 노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물이 불어나고 갈대가 휘쓸리는 참변으로 한때 백로들 대부분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앞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21∼22일엔 사연이 있는 듯 백로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뎌내는 안타까운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보은읍 상수도 보호구역인 이평보는 어로작업 등 일체의 행위가 전면 금지돼 있다. 바로 옆에는 소공원이 위치해 있으나 뱃들공원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다.

이평보 옆 19번 도로는 교통량은 적지 않으나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갈대가 무성하고 수심이 깊어 사람들의 근접이 용이하지 않다. 이평보 한 가운데는 조그만 늪지대를 연상케 하는 갈대밭이 형성돼 있고 학림쪽으로 갈대들이 길게 널부러져 있다. 이에 따라 주변에선 이 곳이 조류들이 서식할 수 있는 수변구역으로서 입지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조류들의 산란처로, 중간 기착지로 제격이란 분석이다.

장인수 생태 전문가는 “미생물들이 자라 동식물 사이에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먹이사슬의 최고층인 조류가 날아든다”며 “이런 곳이 소생태계를 이뤄 조류들의 안식처가 되고 산란처가 된다”고 말했다. 원앙새 사육으로 잘 알려진 누청리 김중구씨는 “고승리, 기대리, 중판리, 화양동 등지에서도 철새와 텃새들이 자주 목격되는 곳” 이라며 “자연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무엇보다 보기 흉하다고 갈대를 긁어내거나 불사르는 어리석은 짓은 삼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대가 새들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조류의 도래지로 구색을 갖춘 이곳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탐조지로 육성한다면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탐조코스로 각광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