鷄鳴狗盜(계명구도)
김홍춘(미미기획 컨설팅)
2002-09-07 보은신문
그러기에 인간의 역사는 스스로의 분수를 깨우쳐 수분하고자 하는 깨우침의 논리를 펼쳐왔고 인간이 인간을 단죄하는 모호성에 대하여 고민하여 왔다. 이러한 인간의 삶속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실로 많은 딜레마에 빠져있으니 이 작은 보은이란 지역에서도 소수의 기득권적인 사람들에 의하여 다수의 주민들이 인간적인 소외감과 정서적인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중국 전국시대에 제나라의 성주인 이름이 전문(田文)인 재상 맹상군이 있었다. 그의 명성은 전국에 알려져 나름대로 한가지씩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그의 휘하에 모여들어 그의 식객이 3천명을 넘어 그중에는 천하호걸도 있었지만 도둑질의 명수와 소리흉내를 잘내는 사람까지 섞여 있었다. 이무렵 천하통일의 대망을 품은 진나라 소양왕이 명성이 드높은 이 맹상군을 자국의 총리대신으로 초빙하자 맹상군은 식객들과 함께 여우의 흰겨드랑이 털로 만든 호백구라는 아주 귀한 가죽옷을 선물로 바쳤다.
그러나 진나라에서는 여론이 시세 말로 굴러온 돌에게 총리대신을 맡길 수 없다는 중론과 더불어 그를 다시 돌려보낸다면 뒷날 화근이 두려워 아예 그를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음모가 있었고 이를 눈치챈 맹상군은 탈출을 위하여 갖은 방법을 연구중 마침내 소양왕이 무척 총애하는 후궁에게 자기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이에 후궁은 맹상군에게 조건으로 소양왕에게 선물하였던 호백구를 교환조건으로 내세우니 참으로 단한벌뿐인 호백구를 구한다는 것은 절명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인의 위급함을 눈치챈 도독의 명수는 감쪽같이 호백구를 훔쳐 무사히 탈출하였다. 그러나 산넘어 산이랄까? 맹상군 일행이 국경인 한곡관까지 도망쳐 왔으나 성문은 규칙상 첫닭이 울기 전에는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것은 호걸이 아니라 소리 흉내를 내는 식객의 닭울음 흉내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여 자기 나라로 돌아올수가 있었다.
이로부터 재주있는 비천한 사람을 일컬어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성어가 생겨 나왔다. 인간이 사회적일 수 밖에 없고 같이 살 수밖에 없다면 가진 것과 못가진 것, 귀한 것, 천한것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사람과 사람이 만남의 인연은 쉬울지언정 헤어짐과 내침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각종선거때마다 후보자들의 겸손함과 성실성등 모든 인품이 참으로 교과서적인 인간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랄까? 뜻인즉 물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의 고마움을 잊어 버린다는 말로 뜻을 이루고 나면 그 원인을 잊는다는 뜻이다. 소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욕심과 우월감때문에 다수의 주민이 힘들고 상처 입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발전은 외형적인 것 보다는 함께 아파하며 같이가야 할 공동체감의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선출된 사람들은 주민들에 의해 어려움에 처할때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기회를 얻지 않을까 한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