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이윤섭(보은군 교육발전협의회 부회장)

1998-12-05     보은신문
지난 추석 때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작은 딸 아이(대학3년)에게 "너는 공부를 어떻게 하였길래 성적표가 오직 않는냐?"고 물었더니 허리만 비비꼬면서 대답을 못한다. 다구쳐 물으니 3월에 휴학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학비, 생활비를 꼬박꼬박 송금해 주었는데 기가막힐 노릇이 아닌가? 이유를 물으니, IMF라서 졸업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취직에 유리할 것 같고, 그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려 놓으면 취직을 위한 경쟁에서도 유리하리라 생각되고,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하여서 딸아이도 휴학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 공부가 뜻대로 되드냐고 물으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왜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3월에 전화상으로 말씀 드렸는데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 가만히 생각해 보니 3월달에 "휴학을 하면 어떨까요?" 하고 지나가는 말 같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제딴에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여서 휴학을 해놓고 혼 날까봐 말도 하지 않고, 제 언니나 오바의 입까지 봉해 버린 것이었다. 지금 생각은 어떠냐고 물으니, 제 결정이 잘못 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2학기에는 등록하여 학교에 다니겠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측은하기도 하고 가상하기도 하여 크게 나무라지도 못하였다. "네가 노심초사 고민을 하고 결단을 내려 휴학을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런 결단을 내린 네 의지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네 생각이 항상 옳을 수 만은 없다. 아니 잘 못된 경우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때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구하여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또한 주위의 어른들이나 많은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야 될 것이다.

나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만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이 최선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인간사 세옹지마라고 앞 날을 어떻게 내다 볼 수 있겠나?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뿐이지"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하지만 IMF시대에 자식 키우기 어렵고, 자식들은 더 어려운 세월을 살아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저 주님 앞에 기도 드릴 수 밖에…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