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의회, 테니스장 비가림 예산 놓고 ‘봉숭아학당’
윤대성·김응철·최부림 “민주당, 삭감조서 철회시켜놓고 배신”
김도화 “제대로 된 사업계획받길 소원하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보은군 2차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테니스장 비가림막 설치를 놓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오락가락 소신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주관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민주당 김도화 의원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보은군의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보은테니스장 비가림막 공사비 9억 원 전액을 표결 끝에 삭감하는 것으로 보은군 2회 추경예산 심사를 끝마쳤다. (8월 8일 보도)
윤대성 의원은 이날 테니스장 공사비 전액 삭감에 대해 “테니스 동호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해줄 거면 삭감 없이 전액 편성해주자는 의견이 제기돼 여러 논의 끝에 삭감조서를 제출한 의원들이 삭감조서를 철회하고 예산을 전액 편성해주자는 쪽으로 예산결산위원회 분위기가 흘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어떻게 삭감조서를 낸 의원들에게 삭감조서를 철회토록 한 뒤 투표로 예산 전액을 삭감할 수 있나. 이는 당초 삭감조서를 낸 의원들을 우롱한 것일 뿐 아니라 배신한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올바른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예산 삭감 과정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넘어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고 격분했다. 윤 의원은 사회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응선 의장으로부터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달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김도화 의원은 이렇게 맞받아쳤다. “테니스장 비가림막 설치 건은 2019년 예산안에 6억이란 예산으로 올라왔었다. 그 당시 사업설명도 부족했지만 사업계획도 정확하게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 무조건 해달라는 식이었다.” “예산을 삭감하게 된 동기는 의원들께서 기왕에 하는 사업이면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해주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요구를 했다. 그래서 차후 제대로 된 사업계획 받기를 소원하고 있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보은군민들이 이용하시는 사업이기 때문에 적극 찬성하는 바다. 다만, 생활SOC사업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면 국비를 보조받아 더 좋은 시설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내년 SOC사업으로 진행해보고 공모에 당선이 되면 좋고, 만약에 선정이 안 돼 사업을 못하게 되면 후년에 예산을 세워서 군비로 해보는 것이 어떠냐”의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부림 의원은 “사실 테니스인은 적다. 테니스 회원이 배드민턴처럼 수백 명의 동호회원을 갖고 있다면 4,5년 공들여 이루고자 하는 숙원사업에 대해 과감하게 칼질을 할 수 있겠는가. 복지는 인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뼈 있는 말로 대응했다.
의원 간 표 대결은 이례적으로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벌인 첫 대결에서는 전액 삭감조서를 제출한 김도화 의원을 비롯해 9억 원 중 3억 삭감조서를 작성했던 구상회.윤석영 의원에 박진기 의원이 가세,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이 전액 삭감에 표를 던졌다. 다음날 본회의장에서도 한국당 소속 3명의 의원은 예산삭감 반대에 부딪혀 두 손을 들었다.
표결은 결과적으로 8대 개원 초 의장단 및 상임위장 선출에 이어 정략적이었다는 풀이가 가능하게 나왔다. 한 공무원은 “어렵게 편성한 예산이 삭감되면 기가 꺾여 정말 일할 맛이 안 난다.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어떤 얘기도 듣지 않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테니스 회원은 “회원이 적은데 많은 예산을 쏟아 붙는다면 예산의 효율적 배분 측면이나 테니스인 이외 주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업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무조건 해달라는 식의 의견은 지나치다. 집행부가 사업계획도 없이 예산을 어떻게 편성한단 말인가. 행정이 그 정도로 터무니없나. 예산삭감을 위한 생색내기에 희생타가 됐다”며 몹시 서운해 했다.
보은군테니스회원들은 예산삭감 후인 지난 7일 보은군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이날 테니스인들의 사정을 전해들은 보은군의회는 오는 9월 중 이들을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