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PR론

황종학(보은 산성1리)

1998-11-07     보은신문
요즘 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실감나게 되어 서진 서양 속담 하나가 생각나다. "침묵은 금, 말은 은"이라는 평범한 이 속담을 바꾸어 풀어본다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낫다는 교훈과도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말은 함부로 하는게 하니다". 라든지 "말조심 해라"하는 어른들의 주의를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다. 특히 어른들이나 윗사람들이 이야기 할 때에는 말 참견하는 것이 절대금물이고 남의 말을 채트려서 말하는 사람을 괜히 밉살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관습도 있다.

그 밖에도 가뜩이나 취업문이 좁아 어려운 상황 아래서 직장을 추천할때나 혼처를 중신해 줄때에도 "말없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 이라고 추천하면 괜히 호감이 가고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말의 힘은 정말 무섭다. 십여년전 미국의 한 여배우가 자서전에서 영국 노동당 출신의 정치가와 친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바람에 영국의 정계가 떠들썩한 적이 기억난다. 그 당시 이책이 아니었더라도 대처수상이 이끄는 보수당이 총선에 승리를 거두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압승의 결과에 다소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당시 여배우 주장의 사실 여부는 가릴수도 없고 또한 가릴 필요한 없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궁금해서 이리저리 추측을 해보다보니 말은 꼬리를 물고 사회적인 혼란이 이야기된다는 사실을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최근이 미국 대통령도 그런 스캔들로 국제적인 망신과 함께 정치적인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면서 말의 사회적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속담중에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와『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가 있다. 역시 침묵은 말보다 낫다는 말들일 것이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우리동네의 술 좋아하시던 아저씨의 취중 말씀중에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라고 하시면서 주위분들과 다그치던 일도 되새기며 그분의 뜻을 음미해 보았다. 누구든지 사람에게는 이상한 소성이 있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냥 담아두지 못한 다고 한다. 아는게 많은 사람이나 아는게 적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가 아는 만큼 쏟아 놓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어른들이 "모르는게 약이다" 라든지, "아는게 병이다"라고 타일럿는지 싶다. 흔히들 모르면 입다물고 있으련만, 좀안다고 자꾸 누구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조상들은 알아도 모르는체, 몰라도 아는체 하는 생활 철학을 지니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자칫 나의 속성을 무너트리고 사회적인 혼란속에서 흑자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왕에 말을 전하려면 어느 단체에서 캠페인 펼치는 것처럼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라는 친근감 있고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전해줬으면 하다. 어느 신문방송학과 교수 말씀대로 『피할 것을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PR론이라는 것처럼 우리 고장 발전을 위해 또한 우리지역이 잘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말을 다듬고 알릴 것과 가릴 것을 따져 봐야 하겠다고 새삼 다짐해 본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