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관장의 나들이

1998-09-19     송진선
지역에서 기관장이라함은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만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시당하기 쉽고 명령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그 조직은 형식적이고 조직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질 않는다. 기관장이 철두철미한 사람이냐, 합리적인 사람이냐, 등등에 따라 조직원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 다르고 밖에서 바라보는 그 조직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따라서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어던 사람이냐를 전임지에서 알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보은군이 큰 수해로 사망자가 2명이냐 되고 주택, 농경지 하천 제방 유실 등 피해액이 1356억여원에 이른다. 하루 아침에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집 지을 돈이 없어 남의 집 셋방살이를 하고 농경지를 잃은 수재민들은 먹을 양식이 없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 피해의 몫은 고스란히 수재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들에게는 하루 때꺼리도 아껴서 먹어야 할 정도로 비참하다. 당연히 다른데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이렇게 수해의 아픔이 채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군내 모 기관에서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들에 대한 아픈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안 주민들이 본사에 전화를 걸어 수해로 주민들이 수해복구에 정신이 없는데 놀러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크게 흥분했다. 더구나 재해대책 상황실에 한번들른 적이 없고 구호물품 하나 기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까지 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렇다면 보은과 인연도 없는 전국의 국민들이 쌀 한 포대를 들고와서는 많이 가져오지 못해 죄송하다며 오히려 송구스러워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대조적인가. 지역 기관의 수장은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있지만 자신만이라도 주민등록을 옮겨서 주민세를 내고 선물 하나를 사더라도 지역에서 구입한다는 마음가짐이라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보은군의 기관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은 보은군에 있으면서 마음은 항상 대전에 있는 집에 갈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근무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지역발전은 나몰라라 할 것이고 대충 시간만 떼우고 윗사람을 줄을 대서 떠날 생각만 할 것이다. 그런 기관장은 정말 정리해고 0순위여야 한다. 외지에서 왔든 지역 사람이든 모든 기관장들이 보은군에 관심과 사랑을 쏟아붓길 바란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