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희망을 갖자

김호성(보은죽전)

1998-08-29     보은신문
무심한 하늘, 뻥뚤린 하늘 참으로 한탄할 노릇이다. 우리군에 내린 비는 보은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비가 내렸다. 그것도 단 몇시간만에 우리는 80년 수해로 이미 물의 위력을 알고 있는 터라 이달 초순지리산 뱀사골에서부터 시작한 수해에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고, 경기도에 비가 내릴 때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비껴가는 줄 알았고 또 비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 했듯이 "혹시나 했더니만 역시나"로 별다른 이름도 붙일 수 없는 진짜 게릴라 같은 비가 기습적으로 내렸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땅을 치고 하늘이 통곡할 일이다. 80년 수해(1980. 7. 22 302.6mm)때 보다도 104.9mm 더 많은 비가 8.12일 새벽(407.5mm)에 기습적으로 내려 곳곳에 많은 피해를 낳았다. 피해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 수 있게는가! 많은 집이 붕괴되고 하천이 범람하여 한해 농사가 물거품이 되어 버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한들 귀에 들어오고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무어라고 할말이 없다.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수재민을 돕고자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볼때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정말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수해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고 천재가 아닌 인재이고 또한 복구가 늦어지고지원이 잘 안된다고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고 있기보다는 무엇보다도 나자신이 해야겠다는 의지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각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얼마든지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것이 절실히 필요할 시기이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하기 좋은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도움을 기다리고 주저 앉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얼마전 경기도에서 수해를 당한 수재민이 TV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수해에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다시 시작해 봐야죠" 그말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시련은 극복할 수 있고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말이었던 것 같다. 이번 수해로 여러 가지로 염려스러운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해를 당한 주민들이 무기력하게 주저않고 재활의 의지없이 될대로 돼라는 식의 자포자기가 되지 않을까 그 점이 염려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IMF시대에서 말이다.

이번 수해에서 우리 군이 화합된 힘으로 이 시련을 딪고 우뚝서기보다는 원성과 원망으로 가득하고 인심이 흉흉해져 점점더 살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수해로 잃은 것 보다도 우리들은 더많은 것을 잃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이제 접어두고 힘을 내자 80년 수해때도 견디어 냈는데 이번 수해라고 못 이겨 내겠는가? 우리가 어떤 군민인가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자부심으로 용기와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서자. 그리고 이번 수해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던 많은 사람에게 떳떳해지자! 그래서 우리군이 갖고 있는 지명처럼 언젠가는 도움을 주었던 사람에게 보은(報恩)하자.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