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빈집에서 살아요”

이재민 이매영씨·송선주양

1998-08-22     송진선
시간당 90㎜이상이 쏟아지던 12일 새벽, 이장 이관영씨 부인이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를 쳐서 송선양(소녀가장, 15, 외속장내, 보덕중 2년)과 송양의 할머니 이매영씨(70, 손가락 장애)가 이 뜨락을 내려가니까 벌써 물이 허벅지 가까이까지 차올랐다. 간신히 새로 지은 탓에 터를 돋궈 높은 이상집으로 피신했다. 1주일간 이장집에서 숙식을 하며 지냈지만 그 사이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흙장집은 무너졌고 졸지에 들어가 살 방한칸도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 비가 조금씩 새는 빈집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무작정 살 수도 없어 걱정이다. 주택이 파손된 가구에 대해서는 건축비로 융자금 20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거택보호자로 쌀과 부식비, 학자금등을 보조받아 겨우 생활하고 있는 선주양에게 융자금 2000만원은 엄청난 금액이고 또 받더라도 상환할 길이 없다.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으니 집한칸 마련할 방법은 아주 막막해진 것이다.

할머니가 취로사업과 인삼 밭일을 하며 푼돈을 모아 생활에 보태고 있지만 정말 두 몸을 누일 방한 칸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선주양은 “막막할 따름이라며 어떻게 살아갈지 잘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에 수재의 아픔을 겪게 한 하늘은 생활이 어려운 선주양에게 션디기 힘든 고통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