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삶에 충실하면 행복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 보은군지회 황 호 태 회장
2001-04-21 곽주희
선천성 시각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난 황호태회장(40)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은군지회장으로 지역사회에 헌신 봉사한 것과 자신이 시작장애를 딛고 왕성한 사회생활을 한 것이 인정받아 지난 20일 제2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황회장은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행복한 이유를 “늦게 나마 남을 돕는 생활을 하게되어 기쁘다”고 간단하면서도 자신있게 말했다. 황회장은 지난 90년부터 내북면 성암리에 위치한 성암안식원(원장 민석기)에서 50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안마와 지압, 침을 놓아 드리며, 때로는 말벗(친구)이 되어주고 용기도 주는 등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있다.
황회장의 한달 수입은 약 100여만원 정도. 아직 미혼인 황회장은 자신의 월급에서 조금씩 저축해 나중에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 그 분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그 일을 할 수 있게끔 옆에서 내조할 수 있는 여인을 만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경북 영덕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황회장은 선천성 시각장애로 부모님과 형제들로부터 따뜻한 대우를 받지 못한 체 외면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황회장은 형님 결혼식이 있어 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다하고 있을 때 가족들과 친척들이 가지말라고 야단쳤을 때와 낯선 사람(손님)이 왔을 때 부모님이 자식이 아니고 거리에서 울고 있는 것을 데려다 키우고 있다고 말할 때 제일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죽었으면, 차라리 밥에 약을 넣어서 …… 등 스스럼없이 자신의 나쁜 얘기를 했을 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황회장은 지금은 다 용서하고 이해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재작년 조카 결혼식때 가족들과 최초로 참석, 가족사진을 찍었다는 것. 그후로부터는 비로소 가족의 일원으로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귀띔.
그리고 16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한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부터 마치 절망속에서 구원의 밧줄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황회장은 18살 때 라디오 방송을 듣고 청주 맹아학교에 입학, 바깥세상에 뛰어 들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집밖에 나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아학교 입학전 점자를 익힌 황회장은 초등 3학년과정부터 시작 고등학교 과정까지 이수하고 그 곳에서 안마와 지압, 침을 배웠다.
그리고 5년동안 웅변학교에서 웅변을 배워 웅변강사 자격증까지도 취득했다. 90년 2월, 30이라는 늦은 나이에 맹아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9월 성암안식원에 물리치료사로 취직한 횡회장은 95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보은군지회 부회장을 맡아 단체 육성과 발전에 솔선수범, 97년부터 회장으로 추대, 군내 시각장애인 90명의 회원을 구성하고 매년 시각장애인의 저변확대를 위해 흰지팡의 날 행사와 보은군민과 청소년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에 시각장애인의 인식을 제고시켰다.
황회장은 여행을 좋아해 대구, 서울 등에 가끔 간다고 한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또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또한 등산을 좋아해 계룡산은 2번 정도 정상까지 자원봉사자와 함께 올라갔으며, 속리산은 한달에 한 번 정도 등산한다고 한다. 직접 땅을 밟고 만지면서 자연의 소리, 사람의 소리를 체험해 보는 것이다.
횡회장의 일과는 5시에 기상해 예배와 찬송가를 부르고 간단한 아침 운동을 하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비우는 등 궂은 일을 한 후 오전 9시부터 노인들을 위해 물리치료실에서 안마와 지압을 실시한다. 오후 1시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직접 방으로 찾아가 안마, 지압, 침 등을 놓고 그 분들의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현재 통신 신학 공부중으로 목회자의 길을 가고 싶다는 황회장은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충실하면 행복한 미래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말하며 “장애인이라고 집안에 쳐 박혀 있으면 누가 떡을 주고 밥을 주나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세상 밖으로 나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죠”고 말했다.
황회장은 동료장애인에 대한 격려와 함께 장애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비장애인들이 마음의 문을 더욱 활짝 열어 줄 것을 당부했다.황회장은 현재 청주시 산남동 새순교회에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 이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