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메신저

2018-04-19     박태린 (보은전통시장DJ/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성주리 1반 주민 여러분께서는 내일 점심 식사가 있으니 경로당으로 필히 참석해 주세요” 금요일부터 이장님은 방송을 하셨는데 귀가 쫑긋~! 토요일 정오, 다정하게 아버지 팔짱을 끼고 경로당엘 갔더니, 이젠 음식을 주민들이 직접 만드시는 것이 아니고 출장 뷔페를 불러 아주 근사하게 차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세월은 무심히 가는 것이 아니고 시골의 오랜 식사 모임 문화까지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주민모임에 전통시장 <선곡상회> 최재철 사장님이 계시기에 “아~! 사장님도 우리 동네 주민이셨어요?” 우리 동네 주민중 약 30%가 외지인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고, 선곡상회 차를 아침에도 동네에서 본 적이 있어 잠시 깜빡 속았는데, 자신보다 약 20세는 많으신 동네 어른신과 아주 친해서 초대를 받으셨다고 하신다. 전에 어떤 분께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접하게 될 테니 꼭 한 번 선곡상회를 방문해 보라고 들려준 말이 기억나서, 이런 기회를 놓칠 소냐 하고 속사포처럼 질문에 질문을 ...ㅋㅋ
사장님은, 신기하게도 10년째 향교엘 다니고 계시고 초등학교 방과 후 한자 수업까지 나가신 경력까지... 보은향교에 다니시는 분들의 평균 연령이 75세라면 60이 안되신 분이 80세 친구를 두신 것을 보면, 비슷한 연령대 친구를 고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은 폭넓고 여유로운 사고(思考)를 가지신 것 같았다. 사람도 깊게 숙성(熟成)이 되면 인간미 깊은 향기가 넘치는구나......^-^
또한 부인이신 이재순 여사님은 6시 내 고향 TV출연은 물론, 군민 며느리상을 받으셨다는데, 듣고 보니 선곡상회는 많은 분들의 접선 장소?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다. 친정어머니께서 김치를 담아 선곡상회에 맡겨 놓으시면 이웃 마을로 출가한 따님은. 전통시장에 장보러 나왔다가 그 김치를 가지고 가는 식으로 많은 분들에 의해 감자철엔 감자가, 고구마철엔 고구마가 맡겨지며 철마다 다른 농산물들이 맡겨지고 찾아가니, 물건을 파는 가게만이 아닌 <만남의 장소>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시장을 보러 오신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시다 점심때가 되면 밥을 지어 같이 나누기도 하는 <사랑방>. 이만하면 <사랑의 메신저> 기능까지 갖고 있다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160;이재순 여사님, 군민 며느리 상 받으실 자격 충분 하신 것 같습니다.♬
부부는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두 분이서 어쩜 그리도 살아가시는 모습이 닮은꼴인지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전달되는 인간적인 부분도 많이 차지하고 있어 뿌리 깊은 나무 같이, 무너질 수 없는 전통시장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바탕으로 3백년에 걸쳐 존경받는 부자인 경주의 <최 부잣집>이나, 정조 시대, 제주기생 출신으로 상업을 해서 번 돈을 가난한 백성을 위해 모두 내어 준 <김만덕>,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 이라 했던 거상 <임상옥>이 남긴 명언을 보면 그들 모두는 돈만 쫓기에 앞서 먼저 사람을 위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마음보다 보배로운 것이 있을까? 이렇게 나누고 섬기며 살아가시는 두 분은 이미 거상으로 보이십니다.
전통시장에는 안전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 있는데 마치 물오리들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물위에 떠 있으나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두 발로 헤엄을 치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이라고 할까?
자주 전통시장을 찾아서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군청 경제정책실 신성수 팀장님과 박은영 담당자. 신성수 팀장님은 얼굴 세포마다 미소가 심어져 있는 듯한 온화한 모습에서 말이 없어도 왠지 모를 깊은 신뢰감이 배어 나오고, 박은영 담당자 역시 외모는 진달래처럼 잔잔하고 애잔한 듯 한 모습인데 반해 똑 부러지는 말씨에서는 성실함이 묻어났는데, 적극적으로 일을 해결해 내려는 신중하고도 면밀한 모습이 보였다. 상황에 맞도록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협조하는 기관이 있기에 전통시장의 여러 분야가 무리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이 분들 또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사랑의 메신저>가 아닐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