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구제금융극복과 교육계의 역할
최규인(속리중학교 교사)
1998-05-30 보은신문
이미 200만명 선을 넘었다는 실업자들, 지지부진하며 무원칙한 구조 조정, 본격적인 정리해고와 그에 따를 대량실직사태, 또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를 불안하고 안타깝게 할 노·사·정의 대립과 갈등등 그 어느것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가지 위기 요인중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 난국을 청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에서는 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또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가리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시급한 민생관련 현안을 제껴놓은 채 6·4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만 계속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과연 검찰의 수사가 어느 정도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또 여·야 어느 쪽에 진정 책임이 있는지 일반 국민들로서는 회의적이며 어지럽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사회의 모든 분야가 고비용 저효율의 체제로 운영되어 왔으며 결국 그것이 IMF구제금융을 불러들인 총체적 원인이라는 진단에 이의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IMF구제금융에서 벗어나는 길 또한 이 문제의 해결에서 찾아질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은 이미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망국의 경지까지 몰고가는 사교육비의 지출은 그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들이 부담한 사교육비의 총액은 무려 20조원이나 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해 준다. 이 막대한 사교육비는 국가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가정 경제를 파탄에 이르도록 하며, 더 나아가 공교육의 기반을 약화시키며, 입시위주의 교육을 부추긴다는 점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교육의 환부이다. 아울러 그것은 국민 상호간에 위화감을 조성하여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파괴시키는 암적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그 어느때보다도 국민 모두의 일치 단결이 요구되는 이 시점이야말로 사교육비라는 괴물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어느 분야가 이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 두말 할것도 없이 교육계가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 괴물을 그렇게 비대하도록 방치하거나 조장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교육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까지 수십년 동안 계속되어온 입시위주의 교육틀 속에 안주하면서 흔히 촌지로 상징되는 구린 돈으로 君·師·父 일체라는 맑고 높은 스승의 격을 불신과 경멸의 대상으로 격하시킨 장본인 역시 교육계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지가 결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집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정의로운 노력과 자기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6·25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이 IMF구제금융시대를 살아 가면서 나는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큰 조직을 이루고 있는 교육계가 이 일을 앞장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한 IMF 한파에 내몰리는 우리의 이웃들을 감싸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