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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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최동철

 우리는 흔히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을 천적관계라 한다. 대자연 모든 생물에게는 천적(天敵)이 있다. 천적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적’이란 의미다. 쥐에 대한 뱀, 배추흰나비에 대한 배추나비고치벌, 진딧물에 대한 무당벌레가 바로 ‘천적’ 또는 순우리말로 ‘목숨앗이’다.

 고로 천적을 만나면 거의가 죽음이다. 살아남기 위한 협상 같은 것은 없다. 무조건 피하거나 목숨을 건 사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생물은 갈수록 진화하게 됐다. 서로 간 살아남기 위해 숨거나 더 빠르고 강해지는 체력과 지혜와 생명력이 발달됐다.

 예전 농사는 녹색혁명이라 하여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다량 투입해 다수확을 하는 농법이 대세였다.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토양과 농작물에 물리적 약해가 발생해 생산성의 한계치에 도달하고 말았다.

 더구나 화학적 살충제방제 후 살아남은 해충들은 단백질변이를 통해 약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어야 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농약들 대부분은 가격이 훨씬 비싸지기 때문에 농가 경영에 어려움을 끼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됐다.

 요즘엔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 농사법이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례로 고추밭에 얼치기완두를 피복작물로 가꾸면 진딧물 발생이 많이 줄어든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 기생벌 등이 얼치기완두에 발생한 진딧물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작물 재배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증식한 천적을 방사해 해충을 방제하기도 한다. 해충을 직접 잡아먹는 포식천적이자 해충 몸에 알을 낳는 기생성 천적인 진디벌을 풀어 방사애꽃노린재, 칠레이리응애와 같은 해충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생태계에서 천적관계란 결국 한편은 우세, 또 한편은 열세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빗댄 인간사의 ‘천적관계’는 견원지간(犬猿之間)같은 대등한 원수관계가 아니라 한쪽이 일방적 강세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상혁 민선 5·6기 보은군수는 두 차례 선거에서 집권당 공천자인 김수백 군수후보를 모두 이겨 ‘김수백 천적’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김수백 후보 또한 공천경쟁에서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었기에 말하자면 박재완 전 보은문화원장 등에겐 천적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민선5기 군수선거에서 자유선진당에 영입됐던 정상혁과 공천을 놓고 치열한 물밑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 김인수 두 사람 중, 누가 누구의 천적인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 현재 정 군수는 기득권을 쥔 현역이고, 김 충북도의원은 지난선거 보은군내 최다득표자다.

 과연 오는 6.13지방선거에서는 누구와 누가 ‘천적지간(天敵之間)’이 될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