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천심

1998-05-16     송진선
최근 기상이변에 따라 4월에는 한낮의 온도가 28도이상 최고 30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벼가 웃자라는가 하면 사과나 배꽃이 예년에 비해 10여일 앞당겨 개화되었다. 그러더니 5월 들어서는 2, 3일이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그것도 한 여름 장마비와 같이 며칠을 계속해서 내리는 바람에 기온이 하강하고 일조량이 부족해 각종 농작물 마다 정상적인 생육상태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생육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벼 물바구미가 발생, 방제가 시급하고 꽃이 핀 사과나 배도 비에 의해 일찍 꽃이 떨어져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으며 5월20일경부터 개화될 것으로 보이는 포도의 경우도 비가 오지 않아야 열매를 맺는데 현재 상태로 봐서는 역시 비에 의해 꽃이 제대로 피지못하고 떨어지는 피해가 예상된다.

벌써부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상기온을 회복하지 못하면 올 농사는 흉작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니 참 큰일이다. 그 동안 엘니뇨니, 라니뇨니 해서 기상이변을 예보, 기상변화에 적응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예습과 복습이 없었던 농민들은 기상이변에 당하면서 행정기관만 바라보고 애를 태우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배부르게 하고 마음 넉넉해지는 양식이 되고 인심이 되는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지금의 이 별난 날씨는 폭우,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와 마찬가지로 자연재해이다.

농촌현장은 이렇게 흉흉한데 요즘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 후보자들이 각 영농현장을 누비며 한표를 부탁하고 있다. 분주히 움직이는 농민들은 내편으로 만들기 위한 후보자들이 오히려 사치스럽게 보인다. 농민들의 아픔을 쓰다듬는 후보자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고 표를 얻고마는 악랄함만이 보일 뿐이다. 자연적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의 성공, 누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우선 올 농사가 풍년이 되는 것에 더 큰심이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천심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까지 했다. 농민들이 편해야 나라가 편하다. 농업군인 보은군도 농민들의 마음이 편해야 지역의 안정과 발전을 기할 수 있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방선거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올 농사의 대풍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의 영광은 농심을 잡는 후보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일 것이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