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조건
2017-07-20 시인 김종례
첫째, 행복과 불행의 수치를 남과 비교하지 않기로 하였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삶의 옹이 조각을 수놓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길이다. 행복과 은혜는 상대적이 아니라 나만의 절대적인 가치라고 판단해야 옳을 것이다. 유복한 인생, 박복한 인생이 어디 딱 구분이 있으랴~~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이웃의 꽃밭이나 잔듸밭도 가까이 가보면 벌레떼가 우글거리고 꽃잎이 말라 황폐함을 곧 알게 되지 않는가. 베틀앞에 앉아 환상의 옷감을 짜는 듯한 여인의 속내도 가만히 들여다보라. 행복의 씨실만 가지고는 불행의 날실로만 가지고는 인생이라는 옷감이 완성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가뭄 후에 단비는 내리고, 소낙비 퍼 부은 후에 무지개는 떠오르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되풀이하며 저마다 스쳐가는 바람 속에서 삶의 꽃 한송이 피우고저, 오늘도 동분서주 안간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 어려움이나 아픔이나 고난이라는 인생의 덫을 배척하지 않고 친구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그것들을 피하고 부정하고자 몸부림 칠 때 오히려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더욱 황폐해져만 가는 자신의 영혼을 보게 되었다. 질곡의 밤을 보내고서야 만날 수 있는 한 줄기 여명처럼, 고통을 통과한 후에 만나는 참 조이(JOY)를 갈망하면서... 사막처럼 메말라 가던 불모지 같은 내 마음밭에도 붉디붉은 바람꽃 한송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살고 있다.
셋째, 통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참혹한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면서 신앙의 힘에 의지하였다. 부정적으로 절망할 때는 거기가 벼랑이고 끝이지만, 8할내지 9할의 결핍에도 낙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할 때, 의외로 반전의 선물을 예비해 주시는 그분의 놀라운 섭리를 늦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경에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의 평강이 너의 생각을 지켜주시길 아뢰어라>라는 말씀이나, 불경에서 삼독심(三毒心)을 버림으로써 도피안 공지혜 경지에 이르러서야 참 평강을 누린다는 명승들의 가르침을 엿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부디 L교사의 가정에도 마른 껍질로 굳어가는 듯한 바람소리를 가슴으로 안음으로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꽃 한송이 활짝 피워내는 은혜가 충만하기만을 간절히 기원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