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며 사는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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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최동철
현재 세계 최고 부자는 미국의 빌 게이츠(Bill Gates)다. 올 해 나이가 만 예순 둘이다. 마흔 살이던 1995년부터 억만장자 순위 1위에 올랐으니 22년 째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원래 부잣집 아들이기도 했지만 자수성가한 측면이 더 크다.

하바드 법대를 중퇴하고 서른 살에 고교 3년 선배인 폴 앨런과 MS(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1980년 IBM이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 세계 모든 기업과 집에 컴퓨터가 놓이는 시대가 됐다.

그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대당 구동하는 운영체제(OS)가 반드시 필요했다. MS는 이를 개발한 회사에 5만 달러를 주고 라이선스를 사들여 MS-DOS라는 이름으로 IBM에 납품했다. 엄청난 돈이 들어오는 소위 ‘대박’이 났다. 윈도우10이 출시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자선단체는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다. 빌 게이츠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서 세웠다. 자녀에게는 천만 달러만 상속해 줄 생각이며 나머지 전 재산은 사회에 환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공언대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돈을 재단에 출연하고 있다. 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세계적 부자, 워런 버핏 역시 자선가답게 매년 10억 달러(천3백억 원)를 꼬박꼬박 재단에 내놓고 있다. 아마도 재단운영계획이 마음에 들어서 일 것이다.

빌 게이츠는 재단의 돈을 50년 안에 다 소진되도록 운영계획을 짜놓았다고 한다. 재단이 2000년도에 세워졌으니까 2050년이면 재단의 돈은 제로가 된다. 돈이 바닥난 재단은 자연스레 소멸될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는 아흔다섯 살이다.

이는 자신이 풍족하게 살도록 돈을 벌게 해준 시대의 세상에서 가장 낙후됐거나 질병 백신 개발 등 긴요한 일에 돈을 몽땅 쓰고 가겠다는 의미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에 대한 책임이나 의미를 만든 뒤엔 그것마저 탁탁 털고 가겠다는 무소유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법정스님이 사후 자신의 저작물을 절판하라는 깊은 뜻과 일맥상통한다. 후대(後代)는 그 때의 위인이 알아서 하게끔 하고 당대에 얻은 모든 것은 당대에 소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두고두고 대대손손 재단이 운영되거나 이름이 회자되는 것조차 미련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입 베어 문 사과가 상징인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도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그는 어린 조카의 교육비를 대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재산은 전부 사회의 것이라고 했다.

평생 번 돈을 멋지게 다 베풀고 가겠다는 부자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