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였다 날아갔다”…무 농가 ‘허탈’
무 농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에 수확 일주일 앞두고 포기
2017-07-13 김인호 기자
수확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연일 쏟아진 장맛비에 무 농사를 완전히 망친 수한면 오정리 A씨(60)는 할 말을 잃었다.
12일 만난 A씨는 무밭을 가리키며 “오랜 가뭄에도 정성들여 농사를 정말 잘 지었는데 수확을 며칠 앞두고 계속된 비에 수확 자체를 포기했다”며 “속이 너무 상해 무 밭을 바라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 피해를 입은 무밭을 보기가 싫어 가까운 거리 대신 먼 거리를 돌아 오이 밭을 오가고 있다.
A씨의 무 농사 규모는 약6600㎡(2000평) 정도. A씨는 “무 품질을 좋게 하려고 오랜 가뭄에도 연신 물을 끌어다대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무 잎이 녹고 속이 물러버렸다”며 허탈해했다. A씨는 장맛비가 오기 이전까지 알이 굵고 속이 튼실했던 무수확 시기를 불과 일주일 남기고 포기했다. 상품가치를 아예 잃었기 때문에. 시가로 따지면 약3000만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같은 마을 B씨도 이번 장맛비에 무밭 1만3000㎡를(4000평) 갈아엎게 됐다. 7월 초 무를 수확할 계획이었다는 B씨는 “오랜 가뭄 뒤에 비가 내려 무름 현상이 발생했다. 무밭을 갈아엎고 가을배추를 심을 준비를 할 계획”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계약재배를 한 B씨는 수확 시 4000만 원 정도의 수입예정이었지만 이번 비에 씨앗값, 기계값 등 투자비만 날리게 됐다. B씨는 “자연이 그랬다 생각하니 어쩔 수 없지만 무도 농작물재배해보험 대상에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보은군은 농작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농축산과 관계자는 “무 이외에는 농작물 피해 소식이 아직은 없다.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 규모가 지자체별로 50ha 이상이면 국비가 지원된다. 또 인접지자체와 연결시켜 피해 규모가 커도 국비지원은 가능한데 이웃 지자체의 피해 현황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까지 농작물 피해조사 결과 보은군에는 마로면 4ha정도(무)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집계됐다. 무 피해 조사가 완료되면 보은군 무 피해면적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에 따르면 11일 기준 보은지역 7월 강수량은 청주(330㎜) 다음으로 많은 309㎜로 집계됐다. 보은군은 이날까지 일단 호우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