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시대에 의식개혁을

조병욱(내북 법주, 충남도 비상대책 과장)

1998-03-14     보은신문
우리는 지금 지구촌시대에 살고 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지구촌"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항공우주국이 개발중인 마하 5이상의 초음속여객기가 21C초에 운행된다면 두시간 남짓하면 런던, 뉴욕 등에 도착하여 몇시간 급한 일을 보고 돌아올 수 있는 일일생활권의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한 세대전에 백리길을 걸어가는데 하루종일 걸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교통에 이어 통신의 발달 또한 눈부시다. 전 세계 어디라도 DDD만 누르면 그렇게 넓고 멀게만 느껴지던 외국이 이웃동네 살고 있는 다정한 친구처럼 수시대화도 가능하다. 이제 전 세계 인류는 지구촌 가족이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행동과 의식이 공유화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의식과 형태는 어떠한가?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합리적인 의식과 바람직한 형태는 무엇인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예절의식이다. 예절은 일정한 생활문화권에서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 너무 무뚝뚝하여 친절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국인을 만나면 더욱 그런 것같다. 길을 가다 손·발이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으면 죄송하다는 의사표시를 해야하고 길가던 사람한테 길을 물었을 때나 차안에서 자리를 양보 받았을 때 고맙다는 정중한 인사를 해야 한다.

어떤 일에 은혜나 환대를 받았으면 갚아야 할 줄도 알아야 하며, 빌려온 물건은 쓰고난 후 즉시 돌려 주어야 한다. 일상생활속에서 지켜야 할 예절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으나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그르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질서의식이다. 질서는 편리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택시나 버스를 탈 때 차례를 지키고 내리고 난 후 차를 타며 운전자와 보행자는 교통신호를 준수해야 한다. 과속운전과 갓길 운정행위, 거리에서의 고성방가나 폭력행위는 더욱 삼가야 한다. 차안이나 야외에서 화투놀이는 이제 그만하자. 약속시간을 정시에 지키고 주방과 화장실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 등은 문화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신조(生活信條)가 되었다.

섯째, 상거래 의식이다. 불량품과 겉과 속이 다른 상품은 이제 더이상 설 자리를 허용해선 안될 것이다. 판매에만 혈안이 되고 사후문제를 등한시하거나 값싼 물건을 고급품이라하여 팔고 외국산 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수입쇠고기를 한우를 속여판매하는 행위 그리고 매점매식 등으로 폭리를 취하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 고객을 정말로 왕으로 생각하여 적법하다고 정당한 방법에 의한 상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네째, 환경의식이다. 환경은 우리가 베푸는 만큼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종이, 비닐, 빈병, 고철 등이며, 지나친 세제사용과 축산·공장폐수방류, 음식물 낭비, 유원지 계곡의 취사나 쓰레기 소각행위, 냇가에서 세차, 매연이 많은 차량운행 등은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켜 우리들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로 재활용율을 높이고 토양과 물, 공기가 오염되지 않도록하여 후손들에게 깨끗한 금수강산을 물려 주어야 할 책무를 우리는 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삼십여년간 단축된 산업화와 급속화 도시화로 의식주를 윤택하게 하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물질적 풍요에 버금가는 정신적 성숙이 그에 미치지 못하여 혼돈과 무질서 속에 의식과 행동이 상충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구촌시대에 모두가 의식을 개혁하여 법과 질서를 지키고 신뢰와 협동심을 발휘하면서 원리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조성할 때 개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국제사회속에서 지구촌 가족이되어 떳떳하고 정직한 "한국인의 자화상"을 심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