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과 공무원

1998-02-28     송진선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조직개편이니 인원감축이니 하는 내용이 신문 머릿기사로 등장하자 그 동안 무풍지대로 여겼던 공무원 사회는 시류읽기에 바쁜 모습들이었다. 조직 개편이나 인원감축에 대한 뼈대에 어느 정도 아우트라인이 나왔으나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식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언론보도나 상부기관의 지침, 공문서 등에 촉각을 세우는 등 매우 민감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의 경우 그 동안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해 중간중간에 업무와는 다른 사적인 일을 보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으나 최근 감원계획 발표 이후 잘못 보이면 감원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행동을 가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와같이 긴장감이 도는 시기인 최근 군 본청내 컴퓨터의 오락 프로그램을 삭제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담당부서에서는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공무원이 지적된때문이 아니고 오락게임을 즐기는 일부 직원으로 인해 업무추진에 장애와 민원인 또는 주민들로 부터 오해를 사거나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 삭제 한다고 했다.

기자의 눈에도 일부이지만 컴퓨터 오락을 즐기는 행동이 종종 눈에 띄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컴퓨터 오락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또 휴식을 하면서 틈틈이 2, 3분 가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머리회전이 빠르고 업무능률이 오를 수 있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오락은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이번에 오락 프로그램이 깔려있는 컴퓨터에 대해 오락프로를 삭제한다는 계획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를 계기로 관서시대와는 다른 민선시대 공무원들의 2개의 얼굴이고 민선 말기에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아닌가 군정 전반에 대해 되돌아볼 일이다.

공직은 종종 기업조직과 비교되고 민선시대가 되면서 행정에도 경영이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공직에서나 주민들이나 군수는 행정가보다는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경영은 군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보은군정은 군수 혼자서 만들고 또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군수의 의지에 공감하고 의욕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의 조직이 없으면 나라 전체가 경제위기에 직면한 이때 더구나 민선 1대를 마감하고 민선 2기가 도래, 지방자치가 착근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보은군은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에 대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공무원보다 잘사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헌신하는 공무원, 직급이야 낮건 말건 알찬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소신에 찬 그런 진정한 공무원이 필요한 때다.

<삼파수>